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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규제에 대해 ‘쳐부숴야 할 원수’라던가 ‘우리 몸을 자꾸 죽여 가는 암 덩어리’라는 비유를 들며 발언의 수위를 높여왔다. <뉴시스> |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규제개혁장관회의가 돌연 연기됐다. 박 대통령이 그동안 강한 어조로 규제개혁 의지를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장관들이 그 의중을 읽지 못한 데 대한 불편한 심기를 '돌연 연기'로 표출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애초 17일로 예정된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오는 20일로 미루고 회의 명칭도 ‘규제개혁장관회의 겸 민관합동규제개혁 점검회의’로 바꾸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국무조정실은 “각계 각층의 민간인이 참석한 가운데 현장에서 경험한 규제 애로사항이 무엇이고 정부가 그동안 민관합동으로 추진해 온 규제개선 노력의 성과와 한계가 무엇인지에 대해 참석자들과 충분히 토론하는 등 현장의 생생한 의견수렴을 대폭 강화하고자 일정을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도 회의 연기에 대해 “현장의 목소리를 좀 더 많이 듣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조정실이 회의 내용을 언론에 브리핑한 지 불과 3시간 만에 회의가 연기됐다고 번복하면서 그 배경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박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해 각 부처가 내놓은 회의 계획안이 퇴짜를 맞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새누리당 고위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그동안 암덩어리 같은 거친 표현까지 써가며 규제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정작 회의를 준비한 정부는 개혁의지가 별로 없는 것 같다는 얘기를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규제에 대해 ‘쳐부숴야 할 원수’라던가 ‘우리 몸을 자꾸 죽여 가는 암 덩어리’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정부 관료들에게 강력한 규제철폐를 요구해 왔다. 이번에 연기된 장관회의도 원래는 총리가 주재하던 것을 장관회의로 격상시켜 박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려고 했다.
그런데도 각 부처는 박 대통령에게 성에 차지 않는 보고를 내놨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이 직접 회의 계획안을 뜯어 고치기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박 대통령의 지시로 회의 일정과 운영 방식이 대폭 수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변화는 회의에 참석하는 민간 기업인 수가 대폭 늘었다는 점이다. 당초 장관회의에 4~5명의 민간 기업인이 배석하고 모두 6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정됐다. 그러나 민관협동회의로 확대되면서 회의에 참석하는 민간 기업인이 40~50여 명으로 대폭 늘었고 회의에 참석하는 인원도 모두 1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늘어난 인원 대부분이 민간 기업인인 만큼 현장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 회의 시간은 기존 1시간30분에서 제한을 두지 않고 무제한 토론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는 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에서 각 부처 장관들이 규제완화에 대한 유의미한 해답을 내놓아야 회의가 끝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회의가 끝나는 즉시 새로운 규제완화 정책이 발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덧붙여 회의 전 과정을 언론에 공개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에 앞서 박 대통령은 정부가 내놓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도 퇴짜를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정부가 제출한 담화문이 부실하다고 판단해 발표 한 시간 전에 전면 수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