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삼성물산에서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사들일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주주들 사이에서 최대한 논란을 발생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9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놓고 시장의 관심이 매우 높다"며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삼성이 지분 매각 등 결정을 미루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사들은 삼성그룹이 순환출자 해소를 가장 지배구조 개선에 큰 현안으로 두고 있어 삼성SDI와 삼성전기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을 이른 시일에 모두 매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다른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물산이 약 14조2천억 원 규모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삼성전자에 대부분 넘기면서 삼성전자 지분 3% 이상을 추가로 사들일 수 있다는 관측이 증권가에서 힘을 얻고 있다.
삼성물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매각이 단기간에 대량의 현금을 확보할 사실상 유일한 방법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투자할 만한 명분이 부족해 삼성물산의 지분을 사들일 가능성은 낮다고 파악했다.
윤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주들이 확실한 성장 전략을 기대하는 상황에서 14조 원 이상을 계열사 지분 매입에 쓰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득보다 실이 큰 결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삼성물산에서 보유한 삼성SDS 지분 17.1%(약 3조2천억 원 규모)를 사들일 가능성은 충분한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와 삼성SDS가 사업적으로 긴밀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윤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삼성SDS 지분을 매입할 때도 주주들을 설득하기 충분한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무리한 지분 교환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윤 연구원은 "삼성그룹은 삼성SDS와 삼성전기, 삼성SDI와 삼성화재 등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회사의 주주들 입장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며 "최대한 논란을 발생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SDS 등 다른 계열사 지분을 매각해 삼성물산 지분을 추가로 사들일 가능성도 증권가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윤 연구원은 삼성물산에서 오너일가와 계열사, KCC를 포함한 우호지분이 이미 41.8%정도에 이른다며 이 부회장이 무리하게 지분율을 높일 이유도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윤 연구원은 "삼성그룹은 선제적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기보다 단계적으로 시장상황에 맞춰 대응할 것"이라며 "관련 계열사 주가에 큰 충격을 던질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