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과 금호타이어 노조가 더블스타의 인수 합의를 둘러싼 진실 공방을 벌이면서 금호타이어의 해법이 갈수록 꼬이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금호타이어 노조는 중국 더블스타의 회사 인수에 금호타이어 노사가 모두 합의한 여부를 놓고 엇갈린 주장을 내놓고 있으며 국내 다른 회사의 인수 제안이 있었는지를 두고도 완전히 다른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뉴시스>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이 23일 금호타이어 노조 대표들과 만나 더블스타의 회사 인수를 논의한 것은 맞지만 결과를 놓고는 완전히 상반되는 말을 하고 있다.
이 회장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자구책 기본안과 더블스타의 경영권 인수, 노사와 채권단이 모두 참여하는 미래위원회 구성 등을 놓고 금호타이어 노조와 구두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곧바로 보도자료를 내 이 회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더블스타의 경영권 인수에 동의한 적 없고 미래위원회 구성도 제안만 받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23일 면담을 놓고 이 회장은 금호타이어 노조에서 24일 총파업 집회를 이유로 비공개를 요청했다고 주장한 반면 금호타이어 노조는 이 회장이 비공개를 바랐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이 26~27일에 노사합의에 관련된 공동선언문을 내놓기로 했다고 말한 것을 놓고도 금호타이어 노조는 노조, 회사, 채권단, 노사정위원회의 ‘4자 면담’에 합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회장과 금호타이어 노조가 각자 배수진을 친 셈이다. 둘의 주장이 너무나 다른 데다 감정도 상한 상태라 정확하지 않은 말을 한 쪽이 밝혀지면 신뢰에 큰 타격을 입고 책임론도 불붙을 수 있다.
이 회장은 “노조가 우리의 구두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고 말하면 노조에서 심기가 불편해질 수 있다”면서도 “적어도 나는 서로 진지하게 구두합의했다고 생각한다”고 못박았다.
반면 금호타이어 노조 관계자는 “(이 회장이 말한 것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먼저 밝힌다”며 “산업은행이 치졸하게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어느 쪽이 진실을 말하는지 알 수 없다”면서도 “서로 불신이 깊어 진실 공방이 지속되면 법정관리까지 ‘치킨게임’으로 달려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금호타이어 노조가 내놓은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뜻이 있는 국내 회사’와 인수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나아가 그런 국내 회사의 존재 자체를 의심하는 태도도 보였다.
그는 “금호타이어 노조의 태도가 달라진 이유는 실체가 의심되는 인수 가능성 때문이 아닌가 싶다”며 “(그 국내 기업이) 채권단 등과 접촉했으면 언제든 서로 금호타이어 인수 여부를 협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24일 더블스타와 같은 조건에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국내 회사와 이 회사에서 산업은행에 금호타이어 인수제안서를 냈다는 문건도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노조는 이 회장이 금호타이어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더블스타의 경영권 인수를 찬반투표하자고 제안한 것과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면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주겠다고 제의한 것도 거부했다.
▲ 조삼수 전국금속노동조합 금호타이어지회 대표지회장(오른쪽)이 24일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금호타이어 해외매각 철회, 1차 범시도민대회'에서 구호를 따라하고 있다. <뉴시스> |
산업은행과 금호타이어 노조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도 더욱 높아졌다. 지금은 채권단이 결정한 ‘데드라인’ 30일을 고작 나흘 앞두고 있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30일까지 금호타이어 노사의 자구계획안과 더블스타의 회사 인수 동의서를 받지 못하면 채권 만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금호타이어는 2018년 들어 직원들의 임금을 자체적으로 지급하지 못할 정도의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채권 만기가 연장되지 않으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고 청산될 가능성도 높다.
채권단이 실사한 결과 금호타이어의 존속가치(기업계속가치)는 4600억 원으로 집계돼 청산가치 1조 원의 절반에 머물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