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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제일모직 주가가 18일 상장 첫날 삼성SDS와 다른 행보를 보인 것은 역시 ‘이재용 부회장 프리미엄’ 덕분으로 분석된다.
삼성SDS 주가는 상장 첫날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시초가보다 밀렸으나 제일모직 주가는 이를 뚫고 시초가보다 상승했다.
삼성그룹이 제일모직 상장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 승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순환출자 고리 일부를 끊어낸 것도 상장에 따른 효과로 꼽힌다.
삼성그룹은 앞으로 향후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기반을 마련도 마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주가 상승 원동력은 ‘지배구조 이슈’
제일모직 주가는 국내 증권사들이 제시한 목표주가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날까지 10개 증권사가 내놓은 목표주가 평균은 9만4840원이다. 제일모직 주가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한 곳은 유진투자증권(12만5천 원) 뿐이다.
제일모직에 많은 투자자들이 몰려든 것은 무엇보다 이재용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다는 점이 부각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른바 ‘오너 프리미엄’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개인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SDS의 경우 최근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등 ‘이재용 주식’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18일 삼성SDS 주가는 전날보다 3.28% 떨어진 28만500원에 장을 마감하며 상장 뒤 최저가를 기록했다.
이는 제일모직과 삼성SDS가 같은 오너가 주식이지만 지배구조상 차지하는 위상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제일모직은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제일모직’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의 최정점에 있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을 통해 핵심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다.
반면 삼성SDS는 지배구조와 관련이 없다. 보유하고 있는 핵심 계열사 지분이 없어 이 부회장이 언제든지 팔 수 있는 지분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 부회장은 계열사 지분 확보나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삼성SDS 지분을 팔 가능성이 높다”며 “반면 제일모직은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고 향후 지주사 전환이나 계열분리를 대비하기 위해 끝까지 보유할 주식”이라고 말했다.
◆ 경영권 승계준비 속도내나
제일모직이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만큼 이번 상장으로 승계작업이 본격화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선 이 부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을 때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순환출자 구조를 일부 해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카드는 보유하고 있던 제일모직 지분 5% 전량을 이번에 구주매출로 내놨다. 이에 따라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제일모직’과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카드→제일모직’의 순환출자 고리가 끊어졌다.
삼성SDI의 경우 아직 3.70%의 지분이 남아있는데 이를 처분할 경우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제일모직’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추가로 해소할 수 있다.
상장을 계기로 삼성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도 계속해서 거론될 것으로 점쳐진다.
순환출자 구조가 해소되면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해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나누고 삼성전자 지주사를 제일모직과 합병해 통합 지주사가 출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제일모직 상장은 이를 준비하기 위한 기반 다지기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것도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지목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조2천억 원을 들여 보통주 165만 주와 우선주 25만 주를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적분할 때 자사주를 지주회사에 주면 의결권이 부활해 사업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며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삼성전자가 지주사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