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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원 한앤컴퍼니 사장 |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가 공동으로 한라비스테온공조를 인수한다.
인수규모는 약 4조 원으로 역대 국내 사모펀드 인수합병거래 중 최대다. 한라비스테온공조는 미국 비스테온에 넘어간지 15년 만에 국내기업으로 돌아오게 됐다.
투자업계와 자동차업계에서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는 주목을 받아왔다. 4조 원이나 되는 인수거래 규모도 규모지만 한라비스테온공조가 세계 자동차공조부품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한라그룹과 현대차그룹이 인수하지 못한 한라비스테온공조를 사모펀드가 인수한다고 하자 시장에서 뜻밖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그러나 한국타이어가 최종 인수파트너로 확정되면서 이번 인수거래의 삼각구도가 딱 알맞게 완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한앤컴퍼니-한국타이어-한라비스테온공조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거래라는 것이다.
◆ 한앤컴퍼니-한국타이어 짤떡궁합 인수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는 17일 비스테온과 한라비스테온공조 지분 69.99%를 36억 달러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한앤컴퍼니가 지분 50.5%를 보유해 경영권을 확보하고 한국타이어는 지분 19.49%를 보유한 2대주주가 된다.
주당 인수가는 5만2천 원으로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는 지분에 따라 각각 2조8400억 원, 1조1천억 원 가량을 부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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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가 한라비스테온공조를 3조9400억 원에 공동인수하기로 했다. |
한국타이어는 한앤컴퍼니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가져 향후 지분확대 가능성을 남겼다.
한상원 한앤컴퍼니 사장은 최대주주로 경영권을 갖게 됐지만 현재 한라비스테온공조의 경영체제를 그대로 이끌고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사장은 “한앤컴퍼니는 한국타이어와 파트너십을 통해 한라비스테온공조의 고객 및 글로벌 시장 기반 확대, 영업 효율성 개선 및 기술력 강화를 도울 것”이라며 “양사는 한라비스테온공조의 현 경영진이 고객, 직원, 주주들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증대시킬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서승화 한국타이어 부회장은 “한국타이어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 지분인수에 참여한 것”이라며 “양사의 축적된 파트너십과 노하우를 결합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객인 완성차브랜드 가치 제고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의 한라비스테온공조 공동인수는 법적 절차와 주주승인을 거쳐 내년 상반기에 끝날 것으로 보인다.
◆ 한앤컴퍼니, 한국타이어 업고 인수 성공
당초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가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주체로 떠오르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한앤컴퍼니가 매각차익을 노리고 단기적 경영성과에 집중해 연구개발을 소홀히 할 것이라는 말이 많았다.
또 비싼 인수가격을 지적하며 국내기업 중 이보다 높은 가격으로 재매각할 수 있는 곳이 없을 것이라며 해외기업에 팔 경우 기술유출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앤컴퍼니의 자산운용 규모가 인수가격에 크게 미치지 못하자 중국자본이 배후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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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승화 한국타이어 부회장 |
한국타이어는 단순히 매각차익을 노린 재무적 투자자가 아니라 앞으로 자동차부품 제조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것을 염두에 둔 전략적 투자자이기 때문에 한라비스테온공조의 중장기적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한앤컴퍼니는 한국타이어가 1조 원의 지분 투자에 참여하면서 자금 마련이 수월해졌다.
한앤컴퍼니가 프로젝트펀딩 등으로 자체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 1조 원 남짓인 것을 감안하면 4조 원 가까운 인수총액 중 2조 원 이상의 인수금융을 끌어모아야 했다.
하지만 한국타이어가 1조 원의 큰 규모 투자를 단행해 한앤컴퍼니가 차입하는 인수금융도 2조 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앤컴퍼니는 우리투자증권, 신한은행, 외환은행 등에서 여신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앤컴퍼니는 투자에 대한 출구전략까지 마련하게 됐다. 사모펀드 특성상 투자금을 회수하고 차익을 남길 수 있는 재매각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한국타이어가 한앤컴퍼니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보유해 앞으로 지분인수 가능성이 크다.
◆ 한국타이어, 사업영역 확대 기회
한국타이어도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 단순투자로만 봐도 기술력을 갖춘 기업인 한라비스테온공조는 앞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투자처로 손색이 없다.
시장에서 보는 것처럼 한라비스테온공조의 주가가 목표주가인 6만8천~7만 원대까지 오를 경우 40% 이상의 차익을 거둘 수 있다.
이뿐 아니다. 한국타이어는 우선매수권을 얻어 몇 년 뒤 한앤컴퍼니로부터 한라비스테온공조 경영권을 확보할 수도 있다. 한국타이어와 한라비스테온공조는 자동차 타이어와 공조부품을 제조하고 있어 시너지가 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타이어 제조에 집중된 사업구조를 바꾸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본사업과 관련성이 높고 자동차산업 성장세에 따라 위험성이 적은 사업을 선택해 안정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 또다른 자동차부품사업에 진출하기도 수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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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환 한라비스테온공조 사장 |
한국타이어와 한라비스테온공조는 주요 글로벌 완성차기업으로 고객사가 겹친다. 한국타이어의 완성차기업에 대한 비중은 30%에 불과하지만 한라비스테온공조는 거의 대부분 완성차기업을 대상으로 매출이 발생한다.
한라비스테온공조가 세계2위 공조부품 제조사인만큼 그 영업망과 노하우를 이용해 한국타이어도 글로벌 사업 확대를 기대해 볼 만 하다.
이번 인수를 추진한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은 “한국타이어는 한라비스테온공조 경영에 제한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며 “한라비스테온공조는 글로벌 자동차 부품제조사로서 스펙트럼이 다양하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 한라비스테온공조, 15년 만에 귀향
한라비스테온공조 역시 국내기업으로 돌아오는 것이 나쁘지 않다.
비스테온의 경우 헤지펀드가 지분 45%를 보유힌 대주주여서 지배구조가 안정되지 않고 단기수익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한라비스테온공조는 한라그룹이 1986년 포드와 합작 설립한 한라공조가 전신이다. 1999년에 포드 자회사인 비스테온에 매각됐다가 2000년 비스테온과 함께 포드에서 계열분리돼 나왔다.
한라비스테온공조는 한때 비스테온 본사가 상장폐지를 추진한 전력이 있다. 비스테온은 1999년 한라공조를 인수해 고배당 정책으로 적극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했다. 또 지난해 적자를 내고 있는 자회사를 한라공조에 합병시키고 한라비스테온공조로 회사이름을 변경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한라비스테온공조의 매출 가운데 비스테온의 모기업이었던 포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6.2%에서 19.1%로 급격히 늘어났다. 결과적으로 한라비스테온공조의 해외비중이 늘고 거래처를 다변화하는 효과가 있었으나 언제든 한라비스테온공조를 처분해 국부유출 위험은 지금보다 높았다.
여기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 한국타이어가 3분기 영업이익률 16.1%, 부채비율 88.3%로 안정적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단기간에 재매각을 추진해 기업지배구조가 흔들릴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오히려 연구개발 투자 강화도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