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내년에 한국전력 본사부지 대금 지급, 금융계열사 지분 매입, 인수합병 등으로 15조 원 가량의 현금을 써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현대차의 실적 개선이 불투명한데도 본업 외적인 부문에서 이런 대규모 투자가 진행될 경우 내부 유보금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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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이트레이드증권은 11일 ‘2015년 자동차업종 5대 관전 포인트’라는 보고서에서 내년 현대차그룹에서 15조 원 가량의 현금유출이 발생할 수도 있어 그 파급효과를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9월 한국전력 본사부지를 10조5500억 원에 낙찰받았다. 내년 지급해야 할 부지 잔금은 9조5천억 원 가량이다.
또 GE가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데 현대차그룹이 이 지분을 사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GE가 갖고 있는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 지분의 순자산가치는 각각 1조5천억 원, 1조1천억 원 정도다.
이 밖에도 현대차그룹은 한전부지 낙찰 이후 주가가 급락하면서 주주환원정책의 일환으로 약 7천억 원의 자사주 매입 계획도 세워놓았다. 현대제철의 동부특수강 인수 등 현대차그룹이 최근 인수합병에 적극 나서면서 추가적인 현금유출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이트레이드증권은 봤다.
이트레이드증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창출 규모는 연결기준으로 연간 27조 원 정도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2012년 하반기부터 순차입금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 즉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유입을 투자와 운전자본 변동에 쓰고 나면 현금성 자산으로 유보하거나 타인자본을 상환한 금액이 거의 없다는 의미라고 이트레이드증권은 봤다.
현대차그룹 대표 계열사 7곳은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1년 동안 연결기준으로 고작 2천억 원(별도기준 3조2천억 원) 수준의 추가 내부잉여를 기록했다.
강상민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여전히 별도기준 31조6천억 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신용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본업 외 대규모 투자로 내부유보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출고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이익이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실적을 기준으로 현대기아차의 합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동기보다 0.1%, 12.1%씩 감소했다. 두 회사의 순이익도 모두 8조6천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1% 줄었다.
강 연구원은 “3분기까지 실적만 나온 상황에서 아직 이른 감도 있지만 원-달러 환율 하락, 인건비 등 꾸준한 비용상승, 경쟁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부담 등 다양한 비용상승 혹은 가격하락요인을 물량증가로 상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의 실적 악화는 주가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현대차의 시가총액은 지난 5일 기준으로 약 49조9700억 원으로 지난해 연말 약 60조4300억 원에서 17.3%나 줄었다. 그나마 기아차 시가총액이 23조3900억 원 가량으로 지난해 연말보다 2.9% 늘면서 두 회사의 시총을 합산해 보면 하락률은 11.8%로 작아진다.
강 연구원은 “이익성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 변동성, 경쟁심화 등 상대적으로 불리해진 한국 자동차산업 환경이 반영된 탓”이라며 “특히 한전부지 매입 등 대규모 자금집행도 투자심리를 크게 악화시킨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강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현대차그룹의 대규모 현금유출 가능성 외에도 물량증가 둔화, 신차 효과의 감소, 생산능력 확대전략의 재시동, 일본 완성차기업의 반격 등을 내년 국내 자동차시장의 관전 포인트로 꼽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