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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연 회장이 7일부터 한화건설이 시공중인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현장을 방문해 한화건설과 협력업체 임직원 등을 격려하고 있다. |
한화그룹이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수사에 휘말렸다.
한화그룹은 이번 사건이 김승연 회장의 순조로운 경영복귀에 찬물을 끼얹게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검찰 ‘찌라시’ 문건 수사 확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9일 서울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 건물 20층 한화S&C의 진모 차장의 자리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한화S&C는 전산운영과 네트워크 서비스 등을 맡고 있는 IT서비스 업체다.
검찰은 진 차장의 개인용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각종 문서 등을 확보한 뒤 철수했다. 검찰은 또 압수수색이 끝난 뒤 진 차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임의동행해 조사를 진행했다.
진 차장은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에서 국회와 경찰 등을 대상으로 대관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업무 특성상 경찰 정보관들과 상당한 친분을 맺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민간기업의 직원을 지목해 압수수색까지 벌인 것은 청와대에서 유출된 문건 일부가 전달된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이 압수한 문건 가운데 대한승마협회 관련 문건도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이번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의 핵심인물인 정윤회씨는 딸이 승마국가대표에 선발되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생명 차남규 대표가 대한승마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김승연 회장의 3남 김동선씨는 승마 국가대표로 나서 올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검찰은 한화 직원이 정보수집 업무를 담당하며 경찰관들과 유착관계를 형성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금품이 오고갔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진 차장에게 전달된 문건이 일명 ‘찌라시’의 형태로 다른 대기업 대관업무 담당자들에게 흘러들어갔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김승연 복귀에 암초 되나
한화그룹은 진 차장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개인 차원의 정보활동일 뿐 그룹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이 문건 유통경로와 전달범위 확인 등 관련 수사를 확대할 경우 한화그룹은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수사대상에 오른 진 차장이 매니저급인 데다 맡고 있는 업무의 특성상 개인적 정보수집 활동으로만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재계도 문건 관련 정보가 한화그룹 수뇌부에 보고됐을지 주시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관업무 특성상 윗선에 보고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삼성그룹과 대규모 계열사 빅딜을 성사시키고 김승연 회장의 경영복귀를 사실상 공식화한 상태다. 한화S&C는 김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핵심 계열사다.
이 때문에 검찰 수사가 확대될 경우 김 회장의 순조로운 경영 복귀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회장은 최근 삼성그룹과 빅딜 결정은 물론이고 한화그룹의 정기인사 과정에서도 경영권과 인사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아직 집행유예 상태로 그룹 회장이라는 직함을 제외하고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법적인 자리를 확보하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한화그룹은 김 회장의 경영복귀 행보에 대해 세상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 문건 유출에 한화그룹에서 정보수집을 하고 있는 간부가 개입돼 검찰 수사에 오름에 따라 한화그룹은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한화그룹은 당장 청와대의 눈치도 살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청와대 문건 파문, 왜 기업으로 불똥 튀나
박근혜 대통령은 이른바 ‘찌라시’에 대해 철저한 수사와 엄단을 지시했다. 짜라시 제작의 막후에 각 기업들의 정보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은 대부분 정보팀을 운영하고 있다. 정보가 곧 돈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청와대나 정부, 국회 등 정치권 동향을 살피고 회사에 유리한 쪽으로 방향을 이끌기도 한다. 기업속성상 소문이라고 해도 민감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대기업 정보팀은 회사에 따라 대외협력실, 기획실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대관업무 담당자들은 정부나 국회 관계자를 만나 정계, 재계, 언론계의 동향을 파악하는 일을 한다.
이들이 수집한 정보는 경영진들의 사업방향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오너가 비리에 연루되거나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이 진행중일 경우 수사기관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도 정보팀의 역할이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기업이나 수사기관에서 나온 정보를 누군가가 공유하고 재가공해서 찌라시를 만드는 것으로 안다”며 “정보 유통과정에서 왜곡돼 사실이 아닌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