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 노동조합들이 채용비리 의혹을 놓고 회사를 향한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의 계열사 노조들이 모인 ‘하나금융지주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는 2일 서울 을지로 하나금융지주 본사 앞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에게 채용비리 정황에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 하나금융그룹과 KB금융그룹 노조가 2일 성명을 연이어 내 채용비리 의혹에 책임을 지고 각자의 지주사 회장이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은 1월8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국민은행 노조원들이 윤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시위하는 모습. <뉴시스> |
금융감독원이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에 낸 채용비리 조사자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2015~2016년 채용과정에서 특혜채용과 면접점수 조작 등 전체 13건의 비리 정황이 발견됐다. 금감원이 검찰에 자료를 넘기기로 한 은행 5곳 가운데 가장 많다.
공동투쟁본부는 “채용비리의 책임자는 당연히 인사의 최종결정자인 함 행장과 하나금융지주을 통해 계열사 인사에 관여하고 영향력을 미친 김 회장”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김 회장이 은행법을 위반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으면서 하나금융지주가 하나UBS자산운용 지분을 인수하기 위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되는 등 다른 ‘CEO 리스크’ 문제도 제기했다.
공동투쟁본부는 “KEB하나은행이 금감원에서 의혹을 제기한 사외이사 연관 지원자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금감원의 보고서에 거명된 사외이사는 현직 사외이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인재를 뽑기 위해 해외 대학교 졸업자에게 별도 심사를 진행해 채용했다는 KEB하나은행의 주장을 놓고도 공동투쟁본부는 이런 채용과 관련한 공고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KEB하나은행은 영업점을 둔 대학교와 주요 거래 대학교 출신을 내부 규정상 채용에서 우대한다고 해명했으나 노조는 이도 비난했다.
공동투쟁본부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이 입점해 거래하고 있는 명지대학교 출신 지원자가 면접점수 조정 때문에 합격에서 불합격으로 바뀐 반면 영업점이 없는 서울대학교와 연세대학교 출신 지원자는 같은 과정에서 면접점수가 상향돼 합격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국민은행 노조)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윤종규 KB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에게 채용비리 문제를 이유로 사퇴를 요구했다.
국민은행 노조에 따르면
허인 KB국민은행장과 전귀상 국민은행 부행장은 1일 노조 인사들을 만나 채용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윤 회장의 친인척은 조카가 아닌 종손녀이고 지역할당제를 통해 채용됐으며 면접도 블라인드방식으로 진행돼 특혜채용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민은행 노조는 “회사의 해명은 인사실무자가 지원자 명단의 비고란에 ‘회장님 조카’로 써서 관리했지만 면접관은 블라인드 면접을 했고 2차 면접만 유독 잘 봐서 사실상 수석합격했다는 것”이라며 “납득이 되는 이야기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노조는 윤 회장이 국민은행 부행장을 그만두고 법률사무소 김앤장에 고문으로 들어간 2005년 말 윤 회장의 조카가 KB금융그룹 계열사에 채용돼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위원장은 “윤 회장의 조카가 계열사에 근무하고 종손녀가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것은 마치 재벌 대기업 같은 이야기”라며 “윤 회장도 친인척 채용비리를 저지르면서 직원들과 자신에게 서로 다른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조는 검찰의 조사결과를 기다릴 생각이 없다”며 “윤 회장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KB금융그룹 임직원 2만5천 명과 취업준비생, 흙수저, 국민들에게 사죄하고 물러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