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차세대 메모리반도체인 GDDR6 규격의 고성능 그래픽D램 양산과 공급을 시작했다.
그래픽D램분야 선두기업으로 꼽히던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을 바짝 뒤쫓으며 본격적으로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래픽D램은 가상화폐와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등 신사업 발전으로 수요가 급증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 전문기업의 성장동력으로 꼽히고 있다.
22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주요 그래픽카드 고객사들에 올해 초부터 처음으로 SK하이닉스의 GDDR6 그래픽D램 신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공식홈페이지에 GDDR6규격 그래픽D램의 상태를 ‘1분기 공급가능’으로 새롭게 표시했다. 지난해 4월 개발에 성공한 뒤 마침내 본격 양산과 공급단계에 들어간 것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GDDR6 D램 양산준비를 마치고 공급을 시작하게 된 것은 올해 1분기가 처음”이라며 “그래픽카드분야에서 늘어나는 고성능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GDDR램은 일반 D램 성능의 한계를 극복한 차세대 메모리로 주로 엔비디아와 AMD 등이 생산하는 그래픽카드에 공급된다. 고성능인 만큼 공급가격과 수익성도 일반 D램에 비해 훨씬 높다.
이번에 양산되는 SK하이닉스의 GDDR6 D램은 이전 규격인 GDDR5보다 전력효율과 성능이 모두 크게 개선됐다. 엔비디아와 AMD가 상반기에 출시를 앞둔 그래픽카드 신제품에 탑재가 유력하다.
그래픽카드는 주로 게임용 PC와 게임기기 등에 탑재됐는데 최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채굴에 활용되며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대량의 정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설계구조를 갖춰 인공지능 서버와 자율주행차 등 신기술분야에도 그래픽반도체를 적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그래픽D램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 경쟁사에 비해 다소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으며 고전해왔는데 이번 신제품 양산으로 추격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D램 기술력에서 절대강자로 꼽히는 삼성전자는 2014년 GDDR5 규격 D램과 최근 GDDR6 D램 양산에 모두 세계 최초로 성공하며 빠르게 앞서나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8Gb GDDR5 제품 양산에 삼성전자보다 1년 이상 늦었는데 GDDR6 D램의 경우 거의 비슷한 시기에 공급능력을 갖춰 고객사 확보에 나서게 됐다.
삼성전자의 GDDR6 신제품의 경우 16Gb의 고용량으로 SK하이닉스의 8Gb 제품보다 성능이 높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16Gb 제품도 올해 안에 개발해 양산에 나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마이크론은 독자개발한 GDDR5X 규격의 그래픽D램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며 그동안 시장에서 우위를 보였는데 GDDR6 규격 D램은 개발에 성공했지만 아직 양산에 나서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고객사의 고성능 그래픽D램 수요를 선점할 기회를 잡은 셈이다.
전자전문매체 익스트림테크는 “엔비디아와 AMD는 모두 GDDR6 규격의 그래픽D램 도입시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그래픽카드 시장에 큰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 SK하이닉스의 GDDR6 그래픽D램(왼쪽)과 엔비디아의 고성능 그래픽카드. |
엔비디아와 AMD는 자율주행차와 서버용 반도체, 가상화폐 채굴장치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고성능 메모리반도체에 갈수록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텔과 같은 기업도 신사업분야에 발을 들이며 차세대 메모리의 신규 잠재고객사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D램시장에서 그동안 경쟁우위는 대부분 기술력보다 생산능력과 원가 경쟁력에 따라 결정됐다. 하지만 차세대 반도체의 보급 확대로 이런 상황이 바뀌어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GDDR6 그래픽D램 이외에도 HBM2 규격 D램과 72단 3D낸드 등 기술력에서 강점을 갖춘 차세대 메모리 출시를 올해 앞두고 있다. 경쟁에서 갈수록 유리한 입지에 놓이고 있는 셈이다.
시장조사기관 마켓리얼리스트는 홈페이지를 통해 “반도체기업들은 최근 불거진 업황악화 가능성에 대응해 차세대 메모리에 집중하고 있다”며 “수익성 개선에 주효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