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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그룹이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 등 방위산업과 화학부문 4개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한다고 발표한 26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사에서 삼성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뉴시스> |
삼성그룹이 한화에 방위산업과 화학 계열사를 넘기기로 발표한 뒤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이번에 매각되는 계열사 공채에 합격한 예비 신입사원들은 하루아침에 소속이 바뀌게 돼 혼란에 빠졌다.
현직 ‘삼성맨’들은 회사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집단 반발하고 있다.
◆ 예비 삼성맨들 ‘날벼락’
28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은 올 하반기 3급 신입사원 공채를 거의 마무리한 상태다.
삼성테크윈 등은 지난달 12일 필기시험인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실시한 뒤 직무역량과 인성 면접을 끝냈다. 삼성전자 등 다른 계열사들과 마찬가지로 삼성채용 공식 사이트를 통해 조만간 면접전형 결과와 건강검진 공고를 내게 된다.
삼성테크윈의 자회사인 삼성탈레스는 아직 채용이 진행중이다. 삼성탈레스는 지난 16일 SSAT를 실시했고 곧 합격자를 발표한다.
4개 계열사가 모두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 한화그룹으로 매각되자 예비 신입사원들의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입사 지원을 할 때만 하더라도 ‘삼성맨’이 될 줄 알았는데 아무런 예고도 없이 ‘한화맨’이 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당장 이들에 대한 교육을 누가 맡을 지도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은 매년 1월 신입사원 연수를 실시하는데 이번 계열사 매각은 일러야 내년 상반기에나 완료될 것으로 보여 어디서 교육을 담당할지 정하기 힘들다.
재계 관계자는 “연수는 삼성에서 받고 실제 업무는 한화에서 하는 희한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며 “과거 삼성코닝정밀소재 사례를 고려하면 한화에서 신입사원 연수를 담당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이 지난해 11월 삼성코닝정밀소재를 미국 코닝에 넘겼을 때도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삼성코닝정밀소재는 당시 SSAT 합격자 발표를 마친 뒤 면접 절차를 준비중이었다. 삼성코닝정밀소재는 면접을 진행하기 전 합격자들에게 일일이 연락해 동의를 얻었다.
삼성그룹은 채용이 모두 끝나면 그다음 해 1월 전 계열사 임직원을 모아 3주 동안 합숙교육을 한다. 신입사원들은 ‘SVP(Samsung Value-shared Program)’로 불리는 이 교육을 통해 그룹의 경영철학과 이념, 역사 등 삼성직원맨으로 지녀야 할 가치 등을 배운다.
삼성코닝정밀소재 신입사원들의 경우 삼성그룹의 신입사원 연수를 받지 않고 코닝의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 기존 삼성맨들은 ‘집단 반발’
이번 매각으로 내년부터 한화그룹으로 적을 옮기게 될 삼성 계열사 직원들은 허탈해하며 그룹 결정에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다.
삼성테크윈의 한 직원은 “뉴스를 통해 사실을 접하기 전까지 전혀 몰랐기에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며 “노조가 없는 삼성맨의 설움을 느끼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한 누리꾼은 26일 유명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 ‘삼성 배지 팝니다’라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누리꾼은 “오늘 아침에 출근 해보니 이제는 또 한화의 가족이 된다고 하기에 처분하게 됐다”며 “가격은 8400 원이고 한화 배지나 영화 인터스텔라 왕십리 아이맥스 좋은 자리 티켓으로 교환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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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테크윈 직원들은 그룹의 매각결정에 집단으로 반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테크윈은 항공기 엔진 등을 생산하는 창원 제2·3사업장과 연구개발(R&D) 센터 등이 있는 성남 판교사업장 등 3곳의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다.
3개 사업장 직원 대표기구인 21세기협의회(창원 2사업장)와 노동자협의회(창원 3사업장), 판교협의회는 직원들로부터 위임장을 받고 사업장별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들은 개별 비상대책위 구성이 완료되면 다음주 초 전체 사업장을 아우르는 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기로 결정했다.
21세기협의회는 27일 성명을 내고 “37년 동안 피와 땀을 흘리며 회사를 키웠는데 오너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구조개편 작업 목적으로 하루아침에 한화로 넘어가게 됐다”며 “이는 그야말로 토사구팽이 아니냐”라고 비난했다.
노동자협의회도 성명서에서 “그룹 독단적으로 이뤄진 매각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며 “방산사업을 시작한 선대 회장의 뜻을 저버리는 그룹의 어처구니없는 행태에 분노를 느낀다”고 비판했다.
삼성테크윈 직원은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4700여 명이다. 이 가운데 창원 제2·3사업장에 각각 1600여 명과 600여 명씩 있다. 판교사업장에도 1천여 명 이상이 근무하고 있다.
삼성테크윈 직원들은 노동조합이 없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비대위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약 2400여 명의 직원이 정보공유 SNS인 밴드에 회원으로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