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열차 해고 승무원들이 내년에는 한국철도공사에 직접고용될 수 있을까?

해고된 KTX 열차 승무원들은 철도공사의 직접고용을 위해 2006년부터 지금까지 12년째 철도공사와 싸우고 있다.
 
KTX 해고 승무원, 새 사장 정해지면 12년 만에 코레일에 복귀할까

▲ 해고된 KTX 열차 승무원을 비롯한 종교단체 관계자들이 KTX 해고승무원 복직을 촉구하며 9월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서울역을 향해 오체투지 행진을 하고 있다. <뉴시스>


현재 공공기관은 문재인 정부의 방침에 따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며 직접고용 방식 외에도 자회사 설립을 통한 간접고용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는데 KTX 열차 승무원 문제는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의 부작용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24일 철도노조 KTX승무지부에 따르면 2006년 해고된 KTX 열차 승무원 30여명은 철도공사의 직접고용을 위해 12년째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KTX승무지부 관계자는 “12월1일 진행한 노사전문가협의회 3차 본회의에서 철도공사는 자회사 노동자를 직접고용 전환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기존 방침에서 자회사 노동자도 논의대상이라며 다소 전향적 입장을 보였다”며 “하지만 결과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철도공사를 상대로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싸움의 시작은 2003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03년 철도청(지금의 철도공사)은 KTX 개통을 앞두고 예산절감 등을 이유로 KTX를 운전하는 기장과 열차팀장을 제외한 승무원 인력을 홍익회(지금의 코레일유통)에 위탁했다.

2006년 철도유통(지금의 코레일유통)은 승무사업 위탁관리업무를 철도공사에 반납했고 KTX 열차 승무원들은 당시 철도공사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하지만 철도공사는 승무사업을 KTX관광레저(지금의 코레일관광개발)에 다시 위탁했고 당시 재위탁을 거부한 승무원 280명은 정리해고를 당했다.

해고된 승무원 가운데 34명은 2008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근로자지위보전 등을 위한 소송을 냈고 1심과 2심은 철도공사가 해고된 승무원들의 실질적 사용자라고 판단하고 직접 고용하라는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2015년 철도공사와 승무원의 직접 근로관계를 부정한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결과가 뒤집혀 결국 패소했고 지금껏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해고된 KTX 열차 승무원들은 승무원 업무가 생명안전과 연결되는 만큼 철도공사에 직접 고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KTX승무지부 관계자는 “사고가 났을 때 승무원은 기관사 등과 바로바로 직접 소통을 해야 하는데 지시를 받으면 불법파견 문제가 생긴다”며 “생명안전업무의 경우 반드시 직접고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철도안전법에 따르면 승무원은 열차사고 발생 시 안전업무를 행하지 않았을 때 처벌을 받도록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승무원들은 현재 긴급상황시 철도공사 직원들의 지시를 받고 있는데 이는 위장도급, 불법파견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KTX 해고 승무원, 새 사장 정해지면 12년 만에 코레일에 복귀할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코레일관광개발이 독자적 수익구조를 지니고 독립적 사업을 진행하기보다 사실상 철도공사로부터 받는 위탁사업비에 전적으로 수익을 의존하는 점도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로 꼽힌다.

KTX승부지부에 따르면 코레일관광개발은 승무사업과 관련한 사업비를 일괄로 지급 받고 있어 인건비를 적게 주고 인력을 적게 채용할수록 수익이 많이 나는 구조를 띄고 있다.

2016년 노조가 설립되면서 상황이 그나마 나아졌지만 그전까지 코레일관광개발 신입 승무원의 임금은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했고 임금인상률은 매년 동결이거나 1%대에 머물렀다.

자회사가 독립적 수익사업없이 모회사의 위탁사업비에 전적으로 수익을 의존할 경우 자회사에 고용된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오히려 후퇴할 수 있는 셈이다.

해고된 KTX 열차 승무원들은 승무원 업무의 노동환경 개선을 약속한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철도공사에 올 새로운 사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철도노조와 “철도해고자 복직과 KTX 열차 승무원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한다”고 약속했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10월 종합국감에서 해고된 KTX 열차 승무원을 복직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을 표하고 국민화합 차원에서 KTX열차승무원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KTX승무지부 관계자는 “해고된 승무원의 철도공사의 직접고용 문제는 12년 동안 풀리지 않았던 문제”라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철도공사가 새로운 사장의 취임을 앞두고 있는 만큼 전환점을 맞이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