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야심차게 준비해 온 수제맥주 전문점이 오는 28일 문을 연다. 맥주 전문점 이름은 ‘악마의 문(Devil’s Door)’으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의 외식업 계열사 신세계푸드는 지난 8월부터 서울 반포동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뒤편에 1322㎡(약 400평) 규모의 수제맥주 전문점을 준비하고 있다. 수제맥주는 소규모 양조장에서 소량으로 직접 생산하는 맥주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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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이곳은 맥주 발효조가 내부에 설치돼 고객들이 양조과정을 직접 지켜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신세계푸드는 최고급 에일맥주를 매장에서 직접 만들어 고객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한국에서 맛보기 힘든 세계 고급맥주와 먹거리도 소개한다.
정용진 부회장은 맥주 전문점을 만들기 위해 오랜 기간 시장성을 검토하는 등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웨스틴조선호텔 맥주 전문점에서 일했던 식음료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을 만들어 맥주전문점 개장을 준비해 왔다.
신세계푸드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맥아 및 맥주제조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하면서 공식적으로 맥주사업에 발을 들였다.
앞으로 주세법이 바뀌게 되면 이곳에서 만든 수제맥주를 대규모로 대형마트에 공급할 수 있다. 현재 수제맥주는 다른 맥주 전문점이나 레스토랑 등에서만 판매가 가능하다.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3일 소규모 맥주제조업자가 생산한 맥주의 외부유통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이 담긴 주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슈퍼나 편의점, 대형마트에서도 수제맥주를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신세계그룹이 이마트나 신세계백화점 등의 유통망을 이용해 수제맥주를 판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신세계그룹이 수제맥주 사업에 진출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대기업 신세계가 규모가 작은 국내 수제맥주 시장에 진출하려 한다는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이에 대해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외식업체에 기성 맥주가 아닌 새로운 맥주를 선보이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아직 2호점 출점이나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등 유통업체를 통한 판매확대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이번에 여는 맥주 전문점은 자사 외식업체에 선보이기 전 고객들에게 먼저 맥주를 선보이고 맛을 검증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신세계푸드는 현재 해산물뷔페 ‘보노보노’ 2곳과 수제햄버거 전문점 ‘자니로켓’ 10곳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한식뷔페 전문점 ‘올반’도 영업을 시작했다. 이 곳에 신세계푸드가 직접 만든 맥주를 납품하기 위해 맥주 전문점을 만들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수제맥주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곳은 40여 곳에 불과하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