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문재인 대통령 특사로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를 방문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10일 쉐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와 만나 악수 하고 있다. <청와대>
야권은 원전사업과 관련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이를 일축했다. 여야가 첨예한 대립양상을 보이면서 정국은 더욱 냉랭해지고 있다.
19일 청와대와 정치권에 따르면 임 실장은 18~21일 연차휴가를 사용했다. 잔여연차를 소진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UAE 방문과 관련한 정치권의 공방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임 실장의 UAE 방문을 놓고 야권의 포화가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9일 의원총회에서 “외교만행에 의혹을 밝혀달라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은데 4일 동안 휴가를 즐길 수 있느냐”며 비난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 만기친람도 모자라 비서실장까지 만기친람을 하느냐”며 “떳떳하다면 국회에 출석해 의혹을 해명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임 실장의 UAE 방문 의혹은 국정조사를 할 문제”라며 “청와대가 직접 조기에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 정부 들어 비서정치·비선정치가 성행하는데 비서들이 국무위원을 제치고 전면에 나서는 건 옳지 않다”며 “이런 일이 계속되면 이 정부에서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비슷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이날 임 실장의 UAE의 방문과 관련해 “특사로 왕세제를 예방한 것은 큰 틀에서 양국간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UAE 원전사업은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원전 때문에 임 실장이 방문했다는 의혹은 사실관계부터 잘못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UAE는 왕정국가로 정상급 대화는 비공개가 원칙”이라며 “정상급간에 있었던 대화를 구구절절 브리핑할 수 없는 만큼 양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임 실장은 9~12일 문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UAE과 레바논을 방문했다. 쉐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왕세제를 만나 국가차원의 관계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파병 중인 아크부대를 방문해 격려했다.
그런데 나흐얀 왕세제를 만난 자리에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UAE 원자력공사 이사장도 배석했다. 또 이명박 정부 때 원전 수주활동에 관여했던 서동구 국가정보원 1차장이 동행했다.
이 때문에 이번 방문이 UAE 원전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11월 아크부대를 위문방문했는데 임 실장이 다시 방문한데다 특사 파견이 급하게 결정됐다는 점 등도 이번 방문과 관련해 여러 말들이 나오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야권은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정책을 펴면서 우리나라가 수주한 UAE 바라카 원전사업에 우려가 나오자 이를 가라앉히기 위해 임 실장이 다녀온 것으로 바라본다. 이명박 정부의 원전수주 관련 비리를 캐내려다 외교적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반면 청와대는 칼둔 이사장이 원자력공사 이사장 자격으로 배석하지 않고 아부다비 행정청장으로서 함께했다고 해명했다. 서 차장의 동행도 해외파트 담당으로서 으레 갔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원전과 관련 없는 방문이었다는 것이다.
임 실장의 UAE 방문 의혹은 국회로 번졌다. 야당은 19일 국회 운영위원회를 열어 임 실장의 UAE 방문 의혹을 성토했다. 하지만 운영위에 여당 의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여당 간사인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만 참석해 소집 절차와 안건 등 부당함을 따졌다. 박 의원은 “안건도 없이 회의를 잡아놓고 무슨 상임위를 개최하느냐”며 “불법적 회의”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최소한 법안심사를 해놓고 이런 모습을 보여야지 정작 법안심사는 회피하고 정치공세로 회의를 소집하느냐”며 “운영위부터 싸우면 모든 상임위가 극한 대립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