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에 활용하는 공정 기술력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지만 실제 사업경쟁력 확보에 기여하는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세공정 기술발전이 한계를 맞아 이전과 큰 차이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데다 위탁생산 고객사들이 성능보다 가격에 더 민감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위탁생산의 가격경쟁력 강화에도 더 힘을 쏟아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14일 외신을 종합하면 주요 시스템반도체 설계기업들이 최신 미세공정기술 적용에 이전보다 소극적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퀄컴과 미디어텍은 내년 출시하는 모바일프로세서(AP) 신제품에 기존 공정기술을 계속 활용하기로 했다”며 “최신 공정을 적용할 큰 이유를 느끼지 못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갤럭시S9 등에 탑재되는 퀄컴의 차기 AP ‘스냅드래곤845’는 이전작인 스냅드래곤835와 같은 삼성전자의 10나노 공정으로 위탁생산된다.
삼성전자가 최근 8나노 공정기술 개발에 성공해 양산 준비를 마쳤고 내년부터 7나노 도입도 앞두고 있지만 퀄컴은 기존 기술을 계속 활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대만 미디어텍도 TSMC의 10나노 공정 대신 이전부터 사용하던 12나노와 16나노 공정을 AP 신제품에 적용한다.
디지타임스는 “새 공정이 반도체의 경쟁력 강화에 효과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며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기는 고객사들이 원가절감을 더 중요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위탁생산공정은 이론적으로 미세화될수록 반도체 성능강화와 전력소모량 감소에 유리하다. 그동안 시장에서 28나노 공정이 주로 사용되다 최근 14나노, 10나노 공정이 차례대로 주력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최근 개발에 성공한 8나노 공정은 물리적으로 이전 기술과 차이가 비교적 적은 데다 위탁생산 가격도 높아져 고객사들이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디지타임스는 스마트폰업체 등 주요 반도체 고객사들이 성장둔화를 겪으며 원가부담이 커진 것도 반도체기업들이 가격이 높은 상위 단계 미세공정 적용을 꺼리게 된 이유라고 해석했다.
반도체는 기술적 특성상 공정폭이 미세해질수록 연구개발과 시설투자에 들어가는 비용이 점점 크게 늘어난다. 삼성전자의 차세대 7나노 공정의 경우 EUV 등 별도 설비도 필요해 부담이 더 크다.
글로벌 위탁생산 1위업체인 TSMC는 이런 상황에 대응해 당분간 10나노 공정으로 애플 등 주요고객사 반도체를 위탁생산한 뒤 향후 개발할 3나노 공정을 주력으로 삼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TSMC는 2020년 3나노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22조 원 안팎의 시설투자를 벌인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중간단계 공정에는 큰 투자를 벌이지 않기로 한 것이다.
8나노와 7나노 공정기술에 이미 삼성전자가 앞서나가고 있어 경쟁이 불리한데다 최근 흐름을 볼 때 위탁생산 고객사들의 수요도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4분기에 고객사 물량이 줄어 반도체 위탁생산 매출이 3분기보다 1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삼성전자도 이런 시장변화에 대응해 미세공정 기술발전과 생산비중확대에 주력하기보다 기존 공정을 중심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위탁생산사업의 규모가 아직 크지 않아 생산원가절감에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최근 삼성전자는 반도체 위탁생산을 본격적으로 증설하고 있다. 하지만 8나노와 7나노 등 최신 공정기술을 적용할 지, 14나노와10나노 등 기존 공정을 주력으로 할 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최신 공정을 적용하면서도 위탁생산 가격을 낮출 수 있다면 가장 좋지만 이를 위해서는 생산투자를 대폭 늘리거나 수익성 감소를 감수해야 한다.
반도체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산업 발달과 반도체 고성능화로 위탁생산기업에 큰 기회가 열리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TSMC 등 주요 기업들의 수요 선점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