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업황의 악화에 대비해 메모리반도체시설 투자전략를 바꾸는 데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됐다.
기존 투자계획을 일부 앞당기거나 신공정 도입에도 속도를 내야 하는 만큼 반도체시설 투자규모는 계획보다 늘어날 수도 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8일 “내년부터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하락세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며 “가격변동폭을 예측하기 쉽지 않아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내년 2분기부터 낸드플래시 출하량을, 3분기부터 D램 출하량을 대폭 늘릴 것으로 추정됐다. 현재 진행되는 반도체시설 투자가 각각 마무리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황 연구원은 경쟁 반도체기업들이 삼성전자의 물량확대를 앞두고 수요 증가를 유도하기 위해 미리 가격인하에 나서며 반도체 평균가격 하락세가 예상보다 이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고 봤다.
반도체 업황에 수요와 공급 변화뿐 아니라 새로운 변수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황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이런 불확실성에 대응할 체질을 갖추기 위해 반도체공장 운영전략을 바꾸며 기존에 계획된 시설투자도 시기를 더 앞당겨 진행할 수 있다고 봤다.
반도체시장 상황에 맞춰 낸드플래시와 D램 투자를 발빠르게 조정해야 업황 변화에 따른 악영향을 최대한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기존 낸드플래시공장을 확장해 이전하는 계획을 취소하는 대신 D램 생산투자를 늘리는 등 투자전략을 최근 바꾸고 있다”며 “수요에 효과적 대응을 위한 변화”라고 해석했다.
낸드플래시 업황은 내년부터 심각한 공급과잉이 예상되는데 어느 정도 안정될 경우 삼성전자는 신규 낸드플래시공장 설립계획을 앞당겨 다시 출하량 확대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96단 3D낸드와 EUV장치를 적용한 미세공정 D램 등 반도체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신공정 비중의 확대에 삼성전자가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 업황이 불안해질수록 삼성전자가 경쟁사와 기술격차를 확대할 필요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황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메모리반도체 경쟁사의 추격이 빨라지고 있어 전략변화가 시급해졌다”며 “기술적 차별화를 계속해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업황의 악화 가능성에 대응해 시설투자를 대폭 축소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최근 일부에서 나왔다.
하지만 황 연구원의 분석처럼 삼성전자가 업황 악화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기보다 투자전략 변화에 활발히 나설 경우 당분간 시설투자에 들이는 금액은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다.
황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반도체 고객사의 가격저항과 수요 성장속도, 공급상황 등을 고려한 전략변화에 나서고 있다”며 “최고의 기술과 원가경쟁력을 유지해 수익성을 선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