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강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두 번째 연임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다만 최순실씨의 부정인사 논란에서 아직 자유로워 보이지 않는 점 등은 연임가도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임기가 2018년 3월에 끝나는데 두 번째 연임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2012년 3월 처음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올랐는데 2015년 3월 연임에 성공해 지금까지 하나금융지주를 이끌고 있다.
김 회장이 두 번째 연임을 하는 데 나이가 하나금융의 회장 연령제한 지배구조규정에 걸리지 않는 만큼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
김 회장은 1952년 2월11일 생으로 하나금융그룹이 새 회장을 맞는 2018년 3월에는 만 65세다.
하나금융은 장기집권의 폐해를 막기 위해 재임기간 회장의 나이가 만 70세를 넘겨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김 회장이 임기를 4개월 남짓 남기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도 김 회장의 대항마로 꼽히는 인사가 마땅하게 없는 만큼 김 회장이 한번 더 연임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하나금융의 ‘왕회장’으로 불렸던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연임을 앞뒀을 때 여러 후보군들이 거명됐던 점과 비교하면 김 회장의 지배력이 김승유 전 회장보다 더 공고하다는 말도 나온다.
김 회장은 김승유 전 회장이 하나금융 고문에서도 물러나고 김 회장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한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이사회에서 입지를 다졌다.
김 회장은 7명의 회장추천위원회의 구성원 가운데 한명이다. 김 회장이 연임에 도전할 경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처럼 회장추천위원회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지만 김 회장은 그동안 차기 회장후보군을 관리하는 역할을 해왔다.
두 번째 임기 동안 외환은행과 옛 하나은행의 조기통합을 빠른 속도로 이룬 점은 또 다시 연임에 성공할 수 있는 청신호를 밝히는 요인으로 꼽힌다.
김 회장은 KEB하나은행 출범을 이끌어낸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2015년 8월 은행 조기통합을 반대하던 외환은행 노동조합을 상대로 직접 협상에 나서 고용보장과 외환은행의 정체성 유지 등을 제시하며 노조의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두 번째 임기 동안 하나금융의 실적 호조를 이끌기도 했다.
하나금융은 올해 3분기에 누적순이익 1조3036억 원을 올렸다. 김 회장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기 전인 2013년 3분기 누적순이익이 9239억 원인 것과 비교해 41.1% 늘었다.
다만 김 회장이 최순실씨의 KEB하나은행 인사개입에 책임이 있다는 시선은 부담이다.
10월30일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은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에게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본부장의 승진을 김 회장으로부터 지시받았냐고 추궁했다.
의원들은 원래 국정감사에 김 회장의 출석을 요구했으나 함 행장이 대신 출석했다. 물론 함 행장은 의원들의 추궁에 김 회장의 지시는 없었다고 방어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김승유 전 회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이 금융권에 존재감을 보이는 점이 김 회장의 연임가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주목된다.
김 회장은 김승유 전 회장이 비자금 의혹에 휩싸여 하나금융 고문 자리에서까지 물러났을 때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김승유 전 회장이 퇴진한 시기와 맞물려 자리에서 물러난 최흥식 전 하나금융지주 사장은 금융감독원장이 됐고 김승유 전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자산관리부문 부회장은 BNK금융지주 회장이 됐다.
김승유 전 회장과 경기고 고려대 동문으로 막역한 사이라고 알려진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김승유 전 회장이 금융권 인사를 추천해주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