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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가 '양지'에 나오기까지 걸어온 고단한 길

박소정 기자 sjpark@businesspost.co.kr 2017-11-10 11:3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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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낯설고 두려운 존재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때로는 삶을 이어가는 것보다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존엄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존엄사가 '양지'에 나오기까지 걸어온 고단한 길
▲ 연명의료결정법이 내년 2월4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세브란스>

1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환자 뜻에 따라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연명의료결정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내년 2월4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시범사업은 올해 10월23일부터 내년 1월15일까지 실시된다.

존엄사란 환자가 더 이상 회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을 때 연명치료를 중단해 사망하게 하는 것이다. 연명 치료를 중단하더라도 통증 완화를 위한 의료 행위나 영양분 공급, 물 공급, 산소의 단순 공급은 중단하지 않는다.

존엄사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화두에 오른 것은 ‘보라매병원 사건’부터였다. 1997년 보라매병원에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입원했다. 환자의 보호자였던 배우자는 생활고를 이유로 들며 퇴원을 요구했고 병원 측은 이를 거절했다. 환자는 보호자의 강력한 요구로 퇴원했으나 결국 사망했다.

당시 대법원은 보호자에게 살인죄를, 환자를 퇴원시켰던 보라매병원 의사들에게 살인방조죄를 적용했다. 이 판결 이후로 의료계는 법적 공방을 피하기 위해 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일지라도 계속 병원에 붙들어두게 됐다.

하지만 존엄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신촌 세브란스병원의 이른바 ‘김 할머니 사건’으로 전환을 맞이했다.

2008년 11월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던 환자의 존엄사를 인정했다. 이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연명치료 중단이 인정된 법적 사례다.

당시 대법원은 환자에게 회복 가능성이 없고 환자가 평소에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의사를 보였던 점을 들어 이런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환자 본인이 존엄사와 관련한 뜻을 명확히 했기 때문에 인정했다는 점에서 보라매병원 사건과 차이점을 보인다.

이를 계기로 의료계에서는 ‘연명치료 중단’ 지침을 만들게 됐다.

2009년 8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 대한병원협회, ‘연명치료 중지에 관한 지침 제정 특별위원회’(위원장 이윤석)이 TF팀을 구성해 '연명치료 중단 지침' 초안을 마련했다. 이 지침에는 연명치료 중단을 위한 기본원칙과 절차 등이 포함돼 있다.

2015년 7월7일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연명의료 결정 법안을 대표 발의, 2016년 2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시행령•시행규칙이 제정됐다.

누리꾼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생의 마지막을 언제 맞이할지 모르지만 품위있는 죽음을 위해서는 존엄사 선택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한다”는 환영의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기적적으로 살아날 기회가 있음에도 존엄사법 시행으로 환자의 가족들이 쉽게 포기할 기회를 주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연명의료 중단 시범사업이 23일부터 시행된 가운데 암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 중인 여성환자가 24일 처음으로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해 국가 연명의료관리기관인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에 등록했다.

연명의료계획서는 말기 환자 등의 의사에 따라 담당의사가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 및 호스피스에 관한 사항을 계획하여 문서로 작성한 것을 말한다.

이번 시범사업은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으로 선정된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을 중심으로 13개 기관이 참여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 및 작성, 등록 시범사업 기관으로 각당복지재단, 대한웰다잉협회, 사전의료의향서실천모임, 세브란스병원, 충남대병원이 선정됐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원하는 19세 이상의 성인은 이 기관들에서 상담할 수 있다.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및 이행 시범사업 기관으로는 강원대병원,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고려대 구로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 영남대의료원, 울산대병원, 제주대병원, 충남대병원이 선정됐다.

시범사업과 관련한 내용은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설립추진단에 문의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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