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생명과학의 미국 자회사인 티슈진이 6일 상장한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도 기대도 더욱 크게 품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티슈진 상장으로 퇴행성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의 미국 임상3상 자금도 마련하고 미국 진출을 위한 투자비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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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슈진, 인보사 개발 실탄 대폭 확보
5일 티슈진에 따르면 6일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티슈진은 연구개발비를 크게 늘리겠다는 내용으로 투자설명서를 수정했다.
티슈진은 이번 상장을 통해 1994억 원을 공모자금으로 조달하게 되는데 인보사의 미국 임상과 연구개발을 위해 임상3상에 1221억 원, 연구개발비로 321억 원 등 1500억 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당초 계획보다 60%나 늘어난 규모다. 나머지 공모자금도 모두 회사 운영자금으로 쓰인다.
티슈진이 투자비를 대폭 늘릴 수 있었던 이유는 17~18일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가 희망공모가 최상단인 2만7천 원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티슈진이 얻게 되는 공모자금도 2025억 원에 이른다.
티슈진은 그동안 희망공모가 최하단인 1만6천 원을 기준으로 공모자금 1170억 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연구개발비로 980억 원을 쓰겠다고 밝혀왔는데 기대를 뛰어넘는 최상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범섭 티슈진 대표는 “많은 기관에서 관심을 보이고 수요예측에 참여해 준 덕분에 공모 희망가 최상단으로 결정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보사는 수술없이 1회 주사로 1년 이상 퇴행성관절염을 완화할 수 있는 신약으로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
퇴행성관절염이란 사람이 나이가 들어 뼈를 보호하는 물렁뼈(연골)이 닳아 없어진 경우 뼈와 뼈가 만나는 무릎 등의 관절이 아프거나 염증이 생기는 질병이다.
인보사는 손가락이 여섯 개인 다지증(육손) 환자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의약품으로 다지증 환자의 여섯 번째 손가락에서 채취한 관절·연골세포를 배양하고 일부 세포에 성장인자유전자를 혼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코오롱그룹은 1999년 인보사 개발에 착수했다. 먼저 미국 메릴랜드에 티슈진법인을 설립하고 2000년 판매를 맡을 티슈진아시아(현 코오롱생명과학)을 만들었다.
티슈진은 이번 상장 이후 코오롱이 27.5%, 이웅렬 회장이 18.0%, 코오롱생명과학이 12.7%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2017년 4월 5일 인보사의 생산라인이 있는 코오롱생명과학 충주공장을 찾아 인보사 개발에 대한 소회와 기대를 밝히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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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보사, 근본적 치료제로 허가 받을까
티슈진의 최종 목표는 미국 임상 3상을 통해 인보사가 ‘근본적 치료제(디모드, DMOAD)’로 인정받는 것이다.
근본적 치료제는 통증 완화에서 더 나아가 구조적으로 퇴행성관절염의 진행을 억제하거나 회복시켜주는 치료제를 말한다.
이범섭 대표는 “미국 의약품 당국의 평가에 따르면 인보사가 통증과 기능성 효능만 충족했을 때는 1년에 약 3조4천억 원 이상의 매출이 예상되고 근본적 치료제 인증까지 받으면 약 6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7월 식품의약국안전처는 인보사의 국내 출시를 허가하면서 ‘무릎통증 및 기능개선 효과’는 인정했지만 ‘근본적 치료제’로서의 효과는 인정하지 않았다.
티슈진은 국내 임상과 미국 임상은 구조가 다르다고 강조한다.
한국 임상 3상이 한국 내 12개 병원에서 15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는데 미국 임상3상은 미국 내 70개 병원에서 총 1020명을 대상으로 한다.
한국 임상3상은 12개월 동안 환자를 추적 관찰했지만 미국 임상3상은 인보사의 관찰기간을 24개월로 늘렸다.
이범석 대표는 “미국에서 진행된 임상2상과 한국 임상3상 데이터를 재분석한 결과 최소한 몇 명을 대상으로 미국 임상3상을 진행했을 때 구조개선 효과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할 수 있는지 판단했을 때 800명이었다”면서 “미국 임상3상 환자 수가 1020명이어서 모수가 800명보다 큰 만큼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할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임상3상 환자를 장기 추적한 결과 인보사 투여 후 2년 이내에 인공관절치환술을 받은 환자는 1명도 없었지만 위약군에서는 5명이나 수술 치료를 받았다”며 “인보사가 인공관절치환술을 늦게 받게 하거나 최대한 안받도록 해주는 근본적 치료제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물론 미래가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임상3상에 올라온 의약품 가운데 58.1%만이 3상을 통과했고 3상을 통과한 의약품도 85.3%만이 판매허가를 받았다.
오랜 인내도 필요하다.
글로벌 바이오제약 연구기관인 파렉셀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인보사의 미국 임상3상은 2018년 1분기에 시작해 2021년 하반기에끝난다. 2021년 말에는 미국 식품의약국에 판매허가를 신청하고 2023년부터 판매에 들어간다.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로 예정보다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최상의 시나리오대로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미국 출시까지 최소한 5년 이상이 더 필요한 것이다.
인보사 개발에서 가장 든든한 지원군은 이웅열 회장의 뚝심이다. 이 회장은 인보사 개발을 위해 지금까지 19년을 기다려왔다.
이 회장은 1남2녀를 두고 있는데 임직원들에게 “인보사는 내게 4번째 자식”이라고 강조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