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이 횡령과 배임 의혹으로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고 있는 와중에 직원들의 주가조작 사건까지 불거지면서 KTB투자증권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권 회장이 회사 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혐의를 받고 금융감독원의 조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KTB투자증권 직원들의 불건전한 영업실태로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KTB투자증권 직원 5명이 코라오홀딩스 주가조작에 직접적인 혐의가 있다고 보고 압수수색을 벌였고 그 가운데 4명을 9월26일 구속했다.
직원들은 2011년 10월부터 2013년 1월까지 본인계좌와 불법으로 일임받은 고객계좌를 통해 코라오홀딩스 주식의 시세를 조종해 326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직원들이 각각 코라오홀딩스 주식의 매도·매수 주문을 동시에 내면서 주식 매매가 활발한 것처럼 보이게 하거나 혹은 직원들끼리 담합해 서로 가격과 물량을 짜고 매매해 주가를 거짓으로 부양시키는 동안에도 회사는 아무런 통제를 하지 못했다는 말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KTB투자증권의 내부통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한 사례는 이번뿐이 아니다.
KTB투자증권은 지난해 7월 불건전한 자기매매를 한 직원이 가장 많은 증권사로 꼽히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KTB투자증권 임직원 14명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한편 감봉, 주의, 견책 등의 징계를 내리고 KTB투자증권에 내부통제시스템의 획기적 개선을 권고했다.
주가조작이란 것이 자본시장법상 중죄로 취급되는 만큼 증권사들은 소속 직원들이 불법적인 일임매매를 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기 위해 고객들의 매매주문기록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등의 통제장치를 마련해놓고 있다.
KTB투자증권에 이런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두고 권성문 회장의 책임론도 대두된다.
권 회장은 수년 동안 KTB투자증권의 영업을 위한 해외출장 길에 가족들을 동행하는 한편 회사 법인카드를 개인적인 용도로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금감원은 권 회장의 혐의가 사실로 확정될 경우 동기와 횡령금액 등을 따져 제재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횡령 규모에 따라 검찰에 고발할 가능성도 있다.
권 회장은 2008년부터 10여년이라는 긴 동안 KTB투자증권의 대표이사 자리에 있는 만큼 최근 연이어 불거지는 문제들에도 무거운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KTB투자증권이 최근 1년 동안 투자금융부문에 인력 등을 집중 투입해 실적이 크게 오르고 있는 만큼 도약을 위한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최근 연이은 악재가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KTB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에 순이익 231억2900만 원을 거뒀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증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