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KDB생명의 매각을 이루기 위해서 한 차례 더 유상증자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적절한 투자규모를 놓고 고심이 깊을 것으로 관측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KDB생명 유상증자를 예전부터 검토하고 있다"며 "시기와 규모 등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세 차례에 걸쳐 KDB생명을 매각하려 했지만 매각가격과 인수가격의 차이가 커 번번이 실패했다.
KDB생명은 매력적인 매물이 되기 위해 자구책으로 구조조정 및 점포폐쇄 등 체질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를 바탕으로 영업력을 강화하고 수익성을 개선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 회장은 KDB생명 매각을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3분기 안에 2~3천억 원가량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현재 생명보험사를 평가할 때 재무건전성이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꼽히는데 자본확충이 이루어지면 지급여력비율(RBC)이 올라 재무건전성이 제고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지급여력비율은 순자산을 책임준비금으로 나눈 것으로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판단하는 지표다.
KDB생명은 지급여력비율(RBC)이 상반기 말 128.04%로 금융당국의 권고수준인 150%를 밑돌뿐더러 24개 생명보험사 가운데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2천억 원으로는 KDB생명의 경영난을 해소하기에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2천억 원 규모의 자본확충이 이루어진다면 당장에 지급여력비율은 162%가량으로 오를 것으로 추산되지만 연말에 예정돼있는 금융당국의 지급여력비율 강화정책에 따라 다시 급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현재 KDB생명의 수익성 악화 속도를 미루어보면 2천억 원 정도의 규모로는 자본확충의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도 분석된다.
KDB생명은 상반기에 순손실 330억3700만 원을 냈다. 지난해 일 년 동안 순손실이 101억6825만 원 규모였던 것과 비교하면 적자 폭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자본확충 효과는 예상보다 빨리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이 1조 원 규모의 KDB생명 증자펀드를 만들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산업은행이 3천억 원 가량을 투자하고 7천억 원은 다른 투자자들로부터 조달한다는 것이다.
다만 KDB생명의 가치를 바라보는 시장의 평가가 그리 높지 않은데 투자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을 두고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1조 원의 자본확충이 이루어진다면 인수대금까지 포함해 2조 원 가량의 투자금이 KDB생명에 들어가는 셈이다.
지난해 말 KDB생명이 세 번째 매각을 진행할 때 유일하게 입찰한 중국계 사모펀드는 4천억 원대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도 현재 KDB생명의 매각가치를 5~6천억 원으로 바라본다.
독일 알리안츠그룹이 4천억 원에 인수했던 알리안츠생명이 지난해 중국 안방보험그룹에 35억에 팔린 것을 미루어보면 매물이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면 헐값에 매각될 수 있다.
이 회장이 KDB생명 증자펀드에 들어올 투자자를 모집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산업은행이 KDB생명 인수당시 투자를 권유해 사모펀드에 들어왔던 국민연금, 금호아시아나, 코리안리 등도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까봐 고심하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데 새로운 투자자들이 쉽사리 거금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