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글로벌 스마트폰기업 가운데 최초로 자체 인공지능 연산기능을 지원하는 AP(모바일프로세서)를 아이폰8과 아이폰X에 적용하며 반도체 기술력을 증명했다.
구글과 퀄컴, 화웨이 등 글로벌기업들이 애플을 뒤따라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뒤처지고 있어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애플 아이폰X와 아이폰8시리즈에 탑재되는 인공지능반도체 'A11바이오닉'. |
미국 CNBC는 13일 “애플이 새 아이폰에 탑재한 자체개발 AP는 실질적인 성능경쟁력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며 “글로벌 스마트폰업계 전반으로 적용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신제품 아이폰8과 아이폰X에 모두 ‘A11바이오닉’으로 이름지은 자체개발 AP를 탑재했다. 스마트폰에서 자체적으로 인공지능 기능구현에 필요한 연산을 수행할 수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의 ‘빅스비’ 등 스마트폰에 탑재되던 인공지능은 기기가 받아들인 명령과 정보를 서버에 전송해 연산을 수행한 뒤 결과를 받아 사용자에 보여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아이폰8과 아이폰X의 경우 스마트폰이 자체 AP로 직접 연산을 실행하기 때문에 구동속도가 훨씬 빠르고 외부에 사용자의 정보가 유출될 우려도 없다.
단순히 발전된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스마트폰의 성능을 높이는 데도 활용된다.
CNBC는 “인공지능 반도체는 스마트폰의 기능을 효율적으로 조정해 배터리 소모를 줄일 수 있고 학습기능으로 보안성을 높이거나 카메라성능을 개선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스마트폰시장에서 입지확보를 노리는 구글과 퀄컴, 화웨이 등 주요 IT기업들은 모두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확보에 힘을 쏟으며 애플의 뒤를 숨가쁘게 추격하고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이 충분히 발전하면 스마트폰뿐 아니라 향후 자동차부품사업의 핵심인 자율주행에도 적용할 수 있는 만큼 성장잠재력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도 연말 출시를 앞둔 새 스마트폰 ‘메이트10’에 자체개발한 인공지능 반도체를 탑재해 이미지를 자동으로 인식하고 분류하거나 성능효율을 개선하는 기능을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구글은 자체개발 스마트폰 ‘픽셀’ 시리즈에 인공지능기술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퀄컴은 LG전자와 같은 제조사에 협력을 강화해 인공지능 반도체의 경쟁력 확보를 노릴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서 점유율 2위 애플과 3위 화웨이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는데 인공지능 반도체기술에서 뒤처질 경우 장기적으로 하드웨어 경쟁력을 낙관하기 어렵다.
삼성전자의 경우 자체개발한 ‘엑시노스’ AP를 스마트폰에 적용하고 있는 만큼 퀄컴 등 외부 반도체기업에 의존해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퀄컴 AP 의존이 높아지면 엑시노스 시리즈의 사업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전장사업 진출도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삼성전자도 인공지능 반도체기술의 개발에 나섰지만 아직 상용화를 논의하기는 어려운 단계로 추정된다. 시스템반도체 사업경험과 설계기술도 비교적 뒤처지는 만큼 추격이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스템반도체사업부에서 장기적 과제로 인공지능 기반 설계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미래에 AP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기술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자체 인공지능 AP 기술개발을 마치더라도 경쟁사들은 더 앞선 상용화 경험을 바탕으로 앞서나갈 가능성이 높다. 기술력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남은 셈이다.
인공지능 반도체의 적용분야는 증강현실과 사물인터넷 등 성장성이 높은 신사업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인공지능서비스 ‘빅스비’의 경쟁력 확보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전자전문매체 지디넷은 “애플의 새 아이폰에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를 꼽자면 단연 인공지능기술을 적용한 반도체”라며 “스마트폰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