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이 차기 회장 선출을 놓고 내홍을 겪고 있는 BNK금융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지방경찰청은 대구은행 제2본점 등 12곳을 압수수색해 ‘허위 정산서류’ 등 비자금조성의혹과 관련된 물증을 확보했다.
▲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 |
경찰은 이를 분석한 뒤 비자금 조성과정뿐 아니라 자금 사용처까지 집중적으로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자료분석을 마친 뒤 이르면 다음주에 박 회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 등은 취임 직후인 2014년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대량으로 구매해 판매소에서 수수료 5%를 공제하고 현금화하는 일명 ‘상품권깡’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파악한 상품권 규모는 33억 원가량이고 박 회장 등이 조성한 비자금은 31억 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DGB금융은 경찰의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업무에 차질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경찰조사와 관계없이 금융회사 수장이 비자금 조성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만큼 박 회장 개인으로서는 도의적 책임을, DGB금융 입장에서는 회사의 신뢰성 하락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에 따라 박 회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DGB금융이 BNK금융과 JB금융처럼 회장과 행장을 분리하는 지배구조개편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DGB금융이 앞으로 성세환 BNK금융지주 회장 겸 부산은행장 구속 이후 회상 선출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는 BNK금융의 뒤를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벌써부터 제기된다.
BNK금융은 4월에 성 회장이 주가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된 뒤 아직도 다음 회장을 선출하지 못하고 있다.
BNK금융 이사회와 노조, 부산지역 시민단체 등이 각각 조직쇄신을 위해 외부인사를 원하는 쪽과 낙하산 인사에 반대해 내부인사를 원하는 쪽으로 갈려 갈등을 겪고 있다. BNK금융은 8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차기 회장 선정을 위한 3번째 시도를 한다.
DGB금융 역시 앞으로 박 회장의 거취 및 DGB금융의 지배구조 개편 등을 놓고 힘겨루기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이번 비자금 사건은 DGB금융의 내부투서에서 시작됐는데 보이지 않던 DGB금융 내부의 힘겨루기가 외부로 드러난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박 회장이 올해 초 연임 결정을 앞두고 지난해 말 ‘박근혜 게이트’가 불거졌을 당시 금융감독원에 비자금 조성의혹과 관련된 첫 투서가 보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박 회장 측과 각을 세우고 있는 세력이 본격적으로 박 회장의 입지를 흔들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박 회장은 대구상고와 영남대 출신으로 금융권의 친박계 인사로 꼽힌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봐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