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겸 미래에셋대우 회장이 미래에셋대우 해외법인을 키워 글로벌 증권사와 경쟁을 펼칠 수 있도록 몸집을 불리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 회장은 미래에셋대우의 해외법인을 대형화하거나 사업을 확대하는 데 힘쓰고 있다.
▲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겸 미래에셋대우 회장. |
상반기에 해외법인에서 순이익 202억 원을 거둬 1년 전보다 79.1% 늘어나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여전히 글로벌 증권사와 비교하면 ‘체급’에서 밀린다.
그런 만큼 단기적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글로벌사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힘쓰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은 7조8천억 원인데 일본 노무라증권의 자기자본은 28조 원, 미국 골드만삭스의 자기자본은 100조 원에 이르는 등 격차가 크다.
박 회장은 아직 글로벌 증권사와 직접 겨루기에는 덩치가 작지만 미래에셋대우를 일본 노무라증권을 넘어 아시아 1등 증권사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보였다.
박 회장은 7월 미래에셋그룹 창립 20주년 행사에서 “창립 20년을 맞이한 미래에셋은 항상 그래왔듯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며 “벽이었던 것을 문으로, 좁은 문이었던 것을 넓은 길로 만드는 영원한 혁신가가 돼 글로벌 미래에셋의 초석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미국 LA현지법인에 3억 달러 규모의 증자를 실시하기로 했다. 기존 자기자본(2천만 달러)의 15배에 이르는 대규모 증자다.
미래에셋대우가 홍콩법인(Mirae Asset Securities HK Limited)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3337억5천만 원을 지원하면 홍콩법인이 이를 자회사인 LA법인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박 회장은 유상증자를 마무리한 뒤 LA현지법인에 현지인력을 늘리는 등 조직을 새롭게 정비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미국 현지에서 인수합병을 추진하거나 부동산 등 투자금융(IB)사업에 자금을 투자해 수익성을 끌어올리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은 지난해부터 해외법인에 잇달아 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뉴욕법인과 런던법인에 이어 올해 베트남법인과 인도네시아법인에 각각 증자를 실시했는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실시한 증자규모는 4억 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앞으로 추가로 증자를 할 가능성도 열어둔 만큼 전체 해외투자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통합 증권사로 출범한 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중복된 해외법인을 합병 및 청산하고 새로운 지역에 진출하는 등 해외법인의 전열도 정비하고 있다.
4월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이 각각 보유하고 있던 홍콩법인 2곳을 합병하고 영국법인 2곳 가운데 부진했던 1곳을 청산했다.
인도법인을 세우는 등 새로운 국가에도 진출한다. 인도네시아법인에서 일하고 있는 류한석 이사를 인도 현지법인 설립추진단장으로 임명해 올해 안에 법인설립을 마치고 내년 상반기부터 영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다만 국내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은 점은 글로벌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금융위원회가 10월에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안을 내놓기로 했는데 미래에셋그룹은 감독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감독대상에 선정될 경우 현재 금융지주사들이 받고 있는 수준의 규제와 감독을 받게 되는 만큼 지금과 같이 적극적인 투자전략을 펼치기 어려울 수 있다.
금융위원회가 진행하고 있는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인가심사도 변수로 꼽힌다.
4조 원대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다룰 수 있는 발행어음 인가를 받지 못할 경우 자기자본을 활용하는 방안이 제한되는 만큼 글로벌 증권사와 격차를 좁히기 어려울 수 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야 알겠지만 금융그룹 통합감독 등 국내여건이 바뀌어도 해외사업 확대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