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 사장이 새 프리미엄 스마트폰 ‘V30’의 가격전략을 놓고 더욱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과 애플 아이폰8이 모두 예상보다 고가에 출시돼 LG전자가 V30의 가격을 더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 사장.
조 사장은 V30의 가격을 낮춰 LG전자의 스마트폰 점유율 확대를 적극적으로 노릴지, 고가를 매겨 MC사업본부의 수익성 개선을 추진할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전자전문매체 안드로이드커뮤니티는 4일 “LG전자가 V30을 갤럭시노트8이나 아이폰8 등 경쟁제품보다 훨씬 저렴하게 내놓아 소비자들의 부담을 크게 낮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안드로이드커뮤니티는 LG전자가 미국에서 3명의 당첨자에 V30을 제공하는 행사를 열며 상품의 가격을 750달러(약 85만 원)로 표시한 것을 놓고 이렇게 추정했다.
하지만 LG전자 관계자는 “V30의 출고가가 확정되기 전에 대략적인 판매가를 표시해둔 것”이라며 “시장상황과 출시시기에 따라 최종 판매가격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가 이전작인 V20을 미국에서 통신사에 따라 770달러부터 판매한 점을 볼 때 V30이 750달러 안팎의 가격에 출시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조성진 부회장의 취임 뒤 LG전자가 부품 구매절차와 생산공정 등을 개선하며 스마트폰 원가절감에 주력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스마트폰시장의 상황을 고려하면 예상보다 실제 가격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8을 미국에서 950달러 안팎, 한국에 109만 원대에 출시하며 애플도 약 1천 달러(약 113만 원)로 추정되는 고가모델 아이폰8을 주력상품으로 앞세울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LG전자의 V30은 성능과 디자인 측면에서 상위업체의 신제품에 충분히 맞설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90만 원 대의 고가에 출시돼도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V20이 지난해 한국 기준 89만 원대의 출고가에도 흥행에 고전한 점을 고려하면 LG전자가 후속제품의 가격을 더 높이기 어려울 수 있다는 반론도 일각에서 나온다.
조준호 사장은 V30 출시행사 뒤 기자간담회에서 “출고가는 출시 직전 마지막까지 전 세계 통신사와 협의로 결정되기 때문에 확실히 얘기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애플은 12일 개최하는 출시행사에서 신제품 아이폰7S와 고가모델 아이폰8의 가격을 공개한다. 조 사장은 V30의 가격책정에 새 아이폰과 경쟁도 어느 정도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V30이 가격 측면에서 뚜렷한 우위를 확보하면 아이폰 신제품을 기다리는 소비자의 강력한 대기수요가 LG전자로 일부 이동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갤럭시노트8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판매가격이 100만 원대를 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입장을 번복했다.
▲ LG전자의 새 프리미엄 스마트폰 'V30'.
이런 상황에서 LG전자가 V30을 70만~80만 원대로 내놓을 경우 경쟁작과 가격대를 확실하게 차별화하며 소비자들에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 스마트폰사업의 입지회복에 큰 효과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3년 연속으로 큰폭의 적자가 예상되는 MC사업본부의 실적반등을 위해 LG전자가 V30의 가격을 최대한 높여 수익성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LG전자는 V30을 경쟁작과 비슷한 시기 출시하는 만큼 대규모 마케팅비 집행이 불가피하다. 주력 스마트폰에 처음으로 올레드패널 등 고가부품을 탑재한 만큼 원가부담도 커졌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V30의 가격책정은 LG전자 스마트폰의 반등기회와 실적개선을 앞당길 가능성 가운데 어느 쪽을 선택할지 조 사장의 결정에 달려있다. 양쪽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묘수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스마트폰업체의 경쟁이 뜨거운 가운데 V30도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며 “V30은 침체된 LG전자 스마트폰사업에 활력을 주거나 적자폭을 줄이는 데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