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이 초대형 종합금융투자(IB)사업을 놓고 전략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31일부터 삼성증권을 상대로 발행어음사업 인가를 제외한 다른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 업무인가를 위한 심사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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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 |
금감원은 28일부터 9월1일까지 하루에 한 곳씩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5개 증권사들을 상대로 인가심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초대형 종합금융투자는 발행어음사업이 핵심사업으로 꼽히는 만큼 금감원은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삼성증권을 제외한 4곳의 대형 증권사를 상대로 발행어음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시스템이 얼마만큼 정비됐는지를 중심으로 심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은 결과를 지켜본 뒤 삼성증권의 인가심사 방향을 확실히 잡은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현행 자본시장법이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있는 회사는 발행어음사업 등 단기금융업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을 내세우며 삼성증권의 발행어음사업 인가심사를 보류해왔다.
윤 사장은 발행어음사업을 중심으로 한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의 전략을 전면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징역 5년형을 선고받은 데다 재판이 항소심, 최종심까지 치열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삼성증권은 예상보다 오랜 기간 발행어음사업을 시작하지 못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윤 사장은 4조 원대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할 수 있는 다른 영역인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외화환전업무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수출기업이 수출대금을 두고 증권사와 선물계약을 맺는 등의 거래를 할 때 환전은 따로 은행에서 해야 한다. 고객이 증권사의 해외펀드에 투자한 돈도 외화로 받은 뒤 은행에 가서 따로 환전해야 한다.
윤 사장은 외환이 껴있는 거래를 할 때 불편함을 느꼈던 기업고객과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다른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들과 차별화된 외화환전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윤 사장은 삼성증권이 대형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대기업 계열 증권사라는 이점을 활용해서 제조업 계열사들을 활용한 외환업무에 주력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삼성SDS,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등 삼성 계열사들의 수출액은 141조 원에 이르는 만큼 다른 증권사들보다 유리한 면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 사장은 삼성증권이 보수적 색채를 버리고 공격적인 투자에 몸을 사리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만큼 초대형 종합투자금융사업을 위해 보강했던 투자금융(IB)부문의 체력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투자금융부문에서 얻은 수익이 5~10%에 불과하는 등 안전성을 위주로 한 투자로 투자금융부문에서 부진했는데 초대형 종합투자금융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 부문이 성장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상반기 투자금융부문에서 투자수익 346억 원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배 넘게 급증했다.
또 최근 증권사들이 투자금융 전문가를 구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만큼 윤 사장은 그동안 초대형 종합투자금융사업을 준비했던 투자금융 인력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 부문에 여전히 힘을 줄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 사장은 기존에 강점이 있던 자산관리(WM)부문을 더욱 강화할 수도 있다”며 “발행어음사업 불발로 뒤떨어지는 부분이 발생한 만큼 잘 하는 것에 더 큰 힘을 실어서 경쟁우위를 지속하는 전략을 세울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