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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금융지주 임직원들이 지난달 29일 창립 6주년을 기념해 서울 종로구와 중구 일대 복지관에서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
KB금융이 리딩뱅크로 다시 도약할 수 있을까?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부사장이 다음 KB그융 회장으로 내정됐다. 윤 회장 내정자는 너무나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됐다.
KB금융은 올해 잇달아 터진 금융사고와 경영진 내분을 겪으며 리딩뱅크에서 멀어져있다. KB금융의 자존심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KB금융이 하루빨리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 신뢰회복이 무엇보다 급선무로 꼽힌다. 이를 위해 흐트러진 내부조직을 하루빨리 안정시키고 화합을 다져야 한다. 또 경영진 공백으로 흔들리는 신사업을 다시 추진하고 영업력도 회복해야 한다.
◆ 리더십 부재, 앞으로가 더 문제
KB금융은 지난달 29일 명동 본점에서 6번째 창립 기념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는 다른 어느 때보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KB금융은 통합금융지주사 출범 이후 처음으로 회장과 행장이 모두 공석인 채 우울한 창립일을 보냈다.
이날의 최대 화두는 조직의 안정과 신뢰회복이었다. 임직원들은 한 목소리로 “조직의 안정을 위해 모든 역량을 결집해 나가자”, “고객과 국민께 믿음을 드리는 금융회사로 거듭나는 것도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이다”, “KB가족 모두가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활력이 넘치는 일터를 만들어나가자”고 외쳤다.
KB금융은 올해 극심한 내우외환에 시달렸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내분으로 빚어진 KB금융사태로 ‘리딩뱅크’의 위상은 추락했다. 또 금융업의 생명인 신뢰도 잃었다. 뒤숭숭한 분위기가 장기화하면서 직원들 사기도 바닥에 떨어졌다. 신사업의 추진도 동력을 잃었다.
KB금융은 올해 상반기 7652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경기침체와 경영진 공백 속에서 이뤄낸 실적이란 점에서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앞으로가 더 문제다. KB금융 차기 회장이 우여곡절 끝에 탄생하긴 했으나 국민은행장 선출은 물론 주요 임원 인사에 이르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
금융권 관계자는 “4분기는 한 해 장사를 마무리하고 내년의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등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 시기”라며 “KB는 리더십이 부재했던 탓에 중장기적 전략을 세우지 못한 여파가 앞으로 실적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글로벌 리딩뱅크, 이제는 옛말
KB금융은 ‘리딩뱅크’라는 수식어를 붙이기 민망할 지경으로 위상이 추락했다.
지난달 22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은행지주회사별 경영실적을 보면 KB금융은 이른바 금융권 ‘4대 천황’ 가운데 총 자산규모가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금융지주가 323조 원으로 자산규모 1위에 올랐고 하나금융(314조9천억 원), NH농협금융(310조9천억 원), KB금융지주(299조1천억 원) 순이었다.
올해 다른 지주사들이 은행과 보험, 카드, 증권 등 계열사를 통해 실적개선을 이어오는 동안 KB금융은 두 손을 놓고 있었다.특히 최고경영자의 장기계획과 전략적 판단을 요구하는 자산규모 증가액만 봐도 KB금융의 최근 부진이 두드러진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말 311조3천억 원에서 자산이 323조 원으로 12조 원 가까이 늘었다. 하나금융도 295조2천억 원에서 314조9천억 원으로 자산규모가 19조7천억 원이 늘었다. 반면 KB금융은 291조8천억 원에서 299조1천억 원으로 7조3천억 원이 느는데 그쳤다.
국민은행은 2001년 주택은행을 합병하며 국내 리딩뱅크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2005년 국민, 우리, 하나, 신한 4강 구도 속에서도 자산 197조840억 원으로 전성기를 보냈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2조 원이 넘는 순이익을 달성했다. 특히 2007년 사상 최대인 2조7738억 원의 순이익을 내 세계 100대 은행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국민은행의 순이익은 5462억 원에 불과해 우리은행(5267억 원)과 함께 하위권에 머물렀다.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도 지난해 기준으로 0.30%로 우리은행을 제외하고 신한은행(0.59), 하나은행(0.38), 외환은행(0.31), 기업은행(0.36) 등 주요 시중은행보다 낮다. 자기자본순이익률(ROE)도 국민은행은 4.21%로 신한은행(7.28), 하나은행(5.94), 기업은행(5.76) 등에 미치지 못한다.
예금과 대출시장에서도 국민은행의 경쟁력 약화는 확연하다.
국민은행은 2012년 말 대출시장 점유율이 25.6%에 이르렀지만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24.5%까지 떨어졌다. 수신시장 점유율도 하락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리딩뱅크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라며 “국민은행의 자존심은 구겨질 대로 구겨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KB금융의 다른 계열사들도 마찬가지다. 국민카드 역시 신한카드에 비해 한참 밀리며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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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의혹 등을 다루기 위한 KB국민은행의 긴급이사회가 열린 23일 서울 여의도. 성낙조 KB국민은행 노동조합위원장이 지난 5월23일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조직안정 위해 "엄마같은 리더 절실"
KB금융이 바닥에 떨어진 리딩뱅크로서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서 조직의 안정과 단합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KB금융사태는 외부적으로 관치금융에서 비롯됐으나 그 뿌리에 조직 내부의 갈등과 대립이 있었다. 낙하산 인사와 줄서기 문화가 그치지 않고 임원끼리 소송을 불사하는 반목이 계속됐다.
금융당국이 KB금융 경영진에 이례적으로 중징계를 내리고 결국 물러나도록 만든 것도 KB금융의 조직안정이 경영정상화에 필수조건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이 최종 양형을 결정하면서 임 회장과 이 행장간의 갈등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안다”며 “환부를 아예 도려내야 새 살이 돋아날 수 있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성낙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흐트러진 조직의 기강을 다시 세우기 위해 리더가 보이지 않는 가치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조직원들이 더 많은 역량을 발휘할 수 있고 금고의 돈이 돈으로만, 서류가 서류로만 보이지 않도록 하는 가치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며 “바늘과 실을 들고 구멍 난 옷을 꿰매주고 상처를 보듬는 엄마 같은 리더가 KB에 절실하다”고 말했다.
◆ 신뢰회복에 상당한 시일 걸릴 듯
KB금융은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이 물러난 뒤 윤웅원 부사장과 박지우 부행장이 각각 KB금융지주 회장과 KB국민은행장 직무대행을 맡아왔다.
회장선임 절차를 밟는 동안 그룹비상경영위원회를 꾸려 조직의 안정을 꾀하고 경영공백을 최소화하려 애써왔다. 매주 월요일 지주 임원 및 계열사 대표들이 모여 현안 등 주요과제를 토론하고 해법을 모색했다.
KB금융 관계자는 “위기상황에서 경영이 안정되기 위해서 성과가 가장 중요하다”며 “영업현장이 흔들리지 않도록 중단없는 조직운영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장선출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KB금융의 위기는 한 고비 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직안정과 단합을 이뤄내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 회장 결정 뒤에도 국민은행장 선출과 임원인사 등 갈등의 불씨는 도처에 남아 있다”며 “상처가 깊었던 만큼 조직을 추스르고 경영을 정상화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KB금융이 당장 눈에 보이는 실적회복보다 금융당국과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는 일이 더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KB금융은 올 초 카드사 정보유출, 도쿄지점 대출비리 및 각종 횡령사고를 내며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여기에 지난 6월 KB사태가 촉발된 이후 금융당국과 국민의 불신은 더욱 커졌다.
떨어진 실적과 주가도 다시 궤도에 올려야 한다. KB금융 주가는 9월 초 4만3천 원대에서 이달 22일 현재 3만8500원 대로 떨어졌다. 한달 만에 10% 이상 하락해 시가총액이 1조5천억 원 이상 줄었다.
하반기 금융환경도 밝지 않다. 금리는 더 낮아져 예대마진에 비상이 걸렸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인 만큼 새 경영진을 중심으로 전략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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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오른쪽)과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 <뉴시스> |
◆ 국민은행 의존 탈피해야 선진금융 도약 가능
국민은행은 소매금융의 강자로 꼽혀왔다. 지배구조가 흔들리고 파벌싸움이 일어나도 고객이탈이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은 이런 덕분이다.
KB금융이 올해 상반기에 실적을 선방할 수 있었던 것도 영업현장에서 직원들이 고객이탈을 막아 옛 명성을 이었기 때문이다. KB금융그룹의 실적 가운데 80% 가량은 국민은행에서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파벌다툼과 불안한 지배구조에도 국민은행이 버티는 것은 충성도 높은 고객과 저비용 예금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KB금융이 국민은행의 옛 명성에만 의존하면 갈수록 치열해지는 금융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KB금융이 사업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선진금융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문한다.
LIG손해보험 인수가 KB금융에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LIG손보는 손해보험업계 선도기업으로 KB금융이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을 아우르며 그룹의 수익성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LIG손보를 자회사로 편입하면 KB금융의 자산규모는 400조 원을 돌파하게 된다. 12개 계열사를 거느린 금융그룹으로 도약하는 것은 물론이고 은행에 편중됐던 이익구조 개선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 LIG손보 인수 승인지연, 하루 이자만 1억
그러나 LIG손보 인수는 KB금융사태 여파로 제동이 걸린 상태다. 금융당국은 KB금융의 경영상태와 지배구조가 불안하다고 판단해 경영진 정상화 시점까지 인수승인을 보류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15일 국정감사에서 “KB금융이 LIG손해보험 인수능력이 있는지 좀 더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LIG손보 승인을 늦추기로 결정함에 따라 KB금융은 오는 28일부터 LIG손보 대주주에게 하루 1억1천만 원의 계약실행 지연이자까지 물어야 할 판이다.
KB금융은 지난 6월 지분인수계약 때 이달 27일까지 금융위 심사를 완료하지 못하면 연 6%의 지연이자를 내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5일 정례회의에 이어 오는 29일 정례회의에서도 KB금융의 LIG손보 인수 승인을 안건으로 올리지 않기로 했다.
따라서 KB금융이 새 수장을 맞아도 LIG손보 인수를 마무리 짓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윤 회장 내정자는 다음달 21일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된다.
주주총회 진행과 금융당국의 승인 등을 거치는 데 아무리 빨라도 한 달 이상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 때문에 KB금융이 지급해야 할 이자액도 수십억 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KB금융 관계자는 “금융위에서 경영 정상화가 먼저라고 조건을 걸었기 때문에 이를 증명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면서 “승인을 받으면 바로 인수를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