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회계법인이 한국항공우주산업의 분식회계 의혹에 긴장하고 있다.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묵인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터라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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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식 삼일PWC회계법인 대표이사. |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7월31일부터 2주에 걸쳐 한국항공우주산업의 분식회계 의혹을 조사한다.
금감원은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수익 인식 등의 회계처리를 놓고 정밀 감리를 진행하고 있는데 한국항공우주산업의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을 불러들여서 조사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한국항공우주산업이 하성용 전 사장의 재직기간 동안 최대 수천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보고 금감원과 공조해 수사를 하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은 2009년부터 한국항공우주산업의 감사를 맡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은 한국항공우주산업의 감사를 맡은 이래로 8개 회계연도의 한국항공우주산업 재무제표에 모두 ‘적정’ 의견을 줬던 만큼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다.
적정 의견은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재무제표가 재무보고체계에 따라 공정하게 작성됐다고 판단한다는 뜻이다.
삼일회계법인은 한국항공우주산업의 분식회계를 알고도 모른 척 했거나 혹은 부주의로 알지 못했을 경우 막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만큼 검찰과 금감원의 조사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분식회계의 1차적 책임은 재무제표를 작성한 회사에게 있지만 만일 회계법인이 이에 공조하거나 혹은 묵인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 외감법(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상 책임을 지게 된다.
금융당국이 안진회계법인에 내린 처벌에서도 보듯이 금융당국은 회계법인의 분식회계 묵인을 자본시장 질서를 흐트러트린 중죄로 보고 있다.
안진회계법인은 대우조선해양의 5조7천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묵인하고 방조한 혐의로 1년 동안 신규감사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안진회계법인은 이 여파로 300여 곳에 이르는 고객사를 잃었고 회계법인 2위 자리(매출 기준)도 삼정KPMG회계법인에 넘겨줬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의 분식회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삼일회계법인이 분식회계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는 조사결과가 나올지라도 삼일회계법인의 신뢰도에 큰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삼일회계법인은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오랜 감사인인 만큼 삼일회계법인의 적발능력 및 조사능력 등 감사역량을 놓고 의구심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삼일회계법인은 4대 대형회계법인 가운데 회계사 수, 보유 계약 수, 자산규모, 매출규모 모두 1위를 차지하며 독주체제를 굳히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은 3월 말 기준으로 2173개 기업의 감사를 맡고 있는 만큼 삼일회계법인에 문제가 생긴다면 회계업계에 미칠 파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은 안진회계법인의 선례가 있는 만큼 수사를 면밀하게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4대 회계법인이 국내 대부분 굴지의 기업들 감사를 맡고 있기 때문에 안진회계법인에 이어 삼일회계법인까지 문제가 드러나면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