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주요 완성차회사들이 배출가스 조작파문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유럽에 전기차시대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
LG화학은 전기차배터리사업에서 유럽공략에 집중해온 만큼 전기차시장 확대에 따른 수혜를 볼 가능성이 떠오른다.
◆ 유럽 디젤게이트로 몸살, 전기차시대 앞당겨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2일 “디젤차의 배출가스량 조작사태는 기존 내연기관차로 각국 정부가 내놓은 연비·배기가스 규제를 맞출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게 만든 계기”라며 “폴크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사태는 전기차시대를 앞당긴 결정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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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
폴크스바겐은 2015년 9월 티구안 등 차량의 디젤엔진에 배출가스량을 조작하는 장치를 부착한 사건으로 해당모델의 인증취소, 대규모 리콜, 보상 등에 막대한 비용을 쓰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포르셰도 디젤게이트로 몸살을 앓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폴크스바겐과 마찬가지로 OM642, OM651 엔진이 부착된 차량의 배출가스량을 조작한 혐의로 독일검찰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다. 포르셰도 SUV 카이엔 디젤 3.0 TDI 모델에 배출가스 조작장치를 부착한 사실이 독일교통부에 적발돼 강제리콜, 인증취소 등의 처분을 받았다.
폴크스바겐과 아우디, 포르셰,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독일 완성차5사는 이밖에 질소산화물 등 배출가스량을 줄이는 데 쓰이는 요소수탱크 크기를 몰래 줄이기로 담합한 혐의로도 유럽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각국 정부는 내연기관차 판매중단 정책을 내놓으면서 대기오염문제를 방지하라는 환경단체를 달래고 있다. 독일정부는 2030년부터, 프랑스와 영국은 2040년부터 디젤 등 내연기관차의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7월 말 잇달아 발표했다.
◆ LG화학, 유럽에서 전기차배터리 판매확대할 수도
완성차회사들이 유럽 각국 정부의 환경기준에 맞추기 위해 전기차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LG화학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윤성노 대신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이 유럽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면서 전 세계 전기차배터리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것”이라며 “특히 유럽 고객사를 늘려가면서 중국사업이 부진하더라도 2019년 전기차배터리사업에서 손익분기점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파악했다.
LG화학은 전지부문에서 스마트폰 등에 탑재되는 소형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에서 돈을 벌고 전기차배터리 등 중대형전지사업에서 돈을 까먹고 있는데 이런 수익구조가 2019년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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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웅범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
LG화학은 고객사 가운데 유럽완성차 회사의 비중이 높을 뿐 아니라 전기차배터리 수주잔고에서도 유럽비중이 50% 안팎에 이르러 유럽 전기차시장 성장에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수 있다.
폴크스바겐은 2020년까지 전기차 판매비중을 전체의 10%로 올리고 2025년까지 전기차 30종을 내기로 했다. 다임러도 2022년까지 전기차모델 10종, BMW도 2021년까지 최소 4종 이상의 전기차모델을 출시하기로 했다. 볼보는 2019년부터 순수 내연기관차 판매를 전면중단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완성차회사들이 전기차배터리 가격인하 압박을 넣고 있다는 점은 LG화학의 사업에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전기차배터리팩 가격은 2009년 kWh(킬로와트시)당 1천 달러 안팎이었지만 지난해 kWh당 200달러로 7년 만에 80%나 떨어졌다.
폴크스바겐과 GM, 테슬라 등 완성차 회사들은 여기에 더해 2020~2022년까지 전기차배터리 가격을 kWh당 100달러까지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리튬과 코발트 등 전기차배터리의 원재료 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있어 LG화학이 제조원가를 낮추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