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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8월 당시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왼쪽)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SK하이닉스 중국 우시공장을 방문해 반도체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
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 호황기를 맞아 역대 최대실적을 내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미래 성장동력인 낸드플래시사업을 자리잡도록 하는 데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낸드플래시 수요 급성장에 SK하이닉스가 실제로 수혜를 보려면 시설투자를 더욱 확대해 양산시기를 앞당기고 고객사 선점에 발빠르게 나서는 등 더 적극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 SK하이닉스, 최대실적에도 낸드플래시 고전
30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새 성장동력인 낸드플래시사업 확대에 아직도 고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에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3조 원 이상을 올리며 역대 최대실적을 냈다. 메모리반도체 호황이 지속되며 큰 수혜를 입고 있다.
특히 서버용D램의 수요가 급증하며 가격이 크게 올라 전체실적의 성장을 견인했다. SK하이닉스는 서버용D램의 생산비중을 늘리는 등 시장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성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D램보다 성장전망이 밝아 핵심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낸드플래시에서는 여전히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의 매출에서 낸드플래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22%로 지난해 2분기보다 4%포인트 줄었다. 꾸준한 생산투자로 출하량 확대를 추진했지만 아직 본격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낸드플래시 전용 M14공장의 장비반입이 지연되며 일시적으로 출하량이 줄었다”며 “중국 스마트폰의 판매둔화에도 영향을 받아 예상보다 수요가 감소했다”고 말했다.
낸드플래시 최대 수요처로 자리잡은 서버시장에서도 SK하이닉스는 진입에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버용 저장장치인 SSD의 매출비중도 이전보다 줄어들었다.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사업은 이전부터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혀왔다. 생산능력이 주요 경쟁업체에 뒤처지고 지난해는 낸드플래시에서 적자를 보는 등 수익개선에도 장기간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들어 낸드플래시의 원가효율과 생산성을 높이는 3D낸드 기술발전에 SK하이닉스가 빠르게 앞서나가며 사업전망이 밝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SK하이닉스는 세계최초로 72단 3D낸드를 개발해 올해 양산을 준비하는 등 기술력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실제 양산에 차질이 빚어지며 낸드플래시 매출비중이 늘어나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경우 SK하이닉스가 향후 성장성을 증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D램은 수요전망이 밝지 않은 반면 낸드플래시는 서버분야를 중심으로 대규모 수요증가가 예상돼 메모리반도체기업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석희 SK하이닉스 경영지원총괄 사장은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72단 3D낸드 공급이 본격화되면 본격적으로 실적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 내년까지 진입해야 성과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에서 글로벌 상위업체로 도약하는 데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
연초부터 이어져온 낸드플래시 호황기가 예상보다 강력하게 이어지며 내년까지 가격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 이후에는 업황호조를 낙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낸드플래시시장의 규모가 올해 역사상 최대 규모의 성장폭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낸드플래시업체들의 출하량은 거의 늘지 않았지만 공급부족으로 가격상승세가 가팔라지며 매출성장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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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내년에는 낸드플래시 공급사들의 시설투자효과가 나타나며 공급이 늘어나겠지만 수요증가폭도 그만큼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내년 수요성장률은 3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김 연구원은 “서버업체들이 인공지능 기술적용을 본격화하며 더이상 하드디스크로는 필요한 성능을 갖추기 어렵다”며 “아무리 가격이 높아도 낸드플래시를 공급받으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낸드플래시를 적용한 SSD저장장치는 하드디스크보다 가격이 높지만 성능이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대량의 정보를 처리하는 인공지능분야에서 구동성능 강화는 핵심경쟁력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런 낸드플래시 호황기는 이르면 2019년부터 글로벌 주요업체들의 대규모 증설로 공급과잉국면에 접어들며 마감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인텔에 이어 중국업체마저 3D낸드에 대규모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며 “2019년부터 순차적으로 공장가동이 시작되며 공급과잉으로 가격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SK하이닉스가 내년까지 낸드플래시 출하증가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시장성장에 수혜를 보지 못하고 뒤늦게 포화상태의 시장에 뛰어들어 수혜를 거의 보지 못할 수 있다.
더구나 낸드플래시 최대 수요처로 자리잡은 서버업체들은 안정적인 공급처를 선호하기 때문에 조기에 이들을 고객사로 확보하지 못하면 향후 시장진입에 고전할 수밖에 없다.
이석희 사장은 SK하이닉스가 2019년 완공을 앞둔 낸드플래시 신규공장의 가동을 내년 하반기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만약 양산시기 단축에 성공한다면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에서 경쟁력 확보라는 성과를 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기존 낸드플래시 생산투자에 더해 신규공장의 양산까지 앞당기려면 삼성전자와 도시바 등 경쟁업체와 같이 수조 원대의 대규모 추가투자가 필수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7조 원으로 계획했던 올해 시설투자금액을 9조6천억 원으로 늘렸다. 하지만 대부분을 D램 증설에 쓸 계획을 내놓자 낸드플래시에 투자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받으려면 낸드플래시에서 실제로 시장점유율을 높인거나 기술경쟁력을 증명해야 한다”며 “D램에 의존하는 사업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가 최대 관건”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