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순 케이프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SK증권 인수를 계기로 회사채분야에서 케이프투자증권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힘쓸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 사장은 케이프투자증권과 SK증권을 합병하지 않고 각각 특화된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케이프투자증권은 SK증권 지분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
|
|
▲ 임태순 케이프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
‘SK’브랜드를 유지하고 SK증권 노조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임 대표는 SK증권을 활용해 회사채 인수분야에서 케이프투자증권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자본규모로 40위권 수준의 소형증권사임에도 불구하고 회사채 인수실적에서 10위권 안에 머물며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케이프투자증권이 LIG투자증권을 인수한 뒤 LG그룹의 회사채 물량을 상당수준 끌어안으면서 ‘범LG’ 증권사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프투자증권이 최근 1년 동안 인수한 회사채 물량 8천억 원가량 가운데 5천억 원이 LG그룹 계열사들이 발행한 회사채다. LG그룹 계열사 12곳이 14회에 걸쳐 발행한 회사채에 모두 인수단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케이프그룹이 옛 LIG투자증권을 인수하며 LG그룹과 외관상 관계는 끊어졌지만 기존 신뢰를 바탕으로 꾸준히 회사채 인수부문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SK증권 역시 케이프투자증권이 인수하면서 SK그룹과 관계가 끊어지지만 비슷한 방식으로 SK그룹 계열사들이 발행하는 회사채를 상당수준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SK증권은 SK그룹의 회사채 물량을 바탕으로 회사채 인수실적에서 5위권 안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SK그룹 계열사는 상반기에 2조5천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국내 대기업 집단 가운데 3번째 규모다. 이 가운데 SK증권이 9천억 원가량을 맡았다.
SK그룹이 SK증권 지분매각 조건으로 ‘SK’브랜드 유지와 안정적 경영 및 고용승계를 내걸었던 만큼 회사채 물량을 당분간 보장해줄 가능성이 높다.
다만 SK그룹이 과거 계열사라는 이유로 회사채 물량을 보장해주거나 밀어주기를 할 경우 금융당국의 제재 및 여론의 비판이 높아질 수 있는 만큼 괜한 논란거리를 만들지 않기 위해 다른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회사채를 발행할 때 주관사 및 인수단 선정은 계열사 이사회가 결정하는 만큼 SK그룹 차원에서 SK증권에 일정수준의 물량을 보장해주는 모양새가 될 경우 이사회의 독립성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SK그룹이 SK증권 지분매각으로 금융업에서 손을 떼는 만큼 새롭게 관계를 맺기 위해 KB증권이나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이 러브콜을 보낼 것이라는 점도 케이프투자증권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 사장은 케이프투자증권과 SK증권을 각각 독립적으로 경영하기로 하면서 SK 브랜드를 활용해 SK그룹과 관계를 유지하는 데 힘쓸 가능성이 높다”며 “SK그룹이 SK증권 지분매각 조건으로 내걸은 고용승계 및 안정적 경영권 확보에도 더욱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