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KEB하나은행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바탕으로 비은행부문을 강화하는 데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김태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24일 “하나금융지주는 은행의 수익성 개선이 지속되는 가운데 비은행 자회사의 경쟁력 강화를 고민할 수 있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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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
하나금융지주는 상반기에 순이익 1조310억 원을 거둬 5년 만에 최대 순이익을 냈다. KEB하나은행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25% 늘어난 순이익 9988억 원을 거둔 영향이 컸다.
다만 단순계산하면 지주 순이익 가운데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96.9%에 이르는 등 은행에 편중된 수익구조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경우 은행비중은 상반기 기준으로 각각 56%, 63%다.
김 회장은 2025년까지 하나금융지주의 비은행부문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세웠지만 외환은행을 인수한 여파로 아직까지는 비은행부분을 강화하기 위한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나금융지주는 핵심계열사인 KEB하나은행이 외환은행과 통합한 이후 자본여력이 줄어들면서 다른 계열사를 키우기 위해 인수합병 및 유상증자를 쉽게 선택하기 어려웠다.
최근 현대증권과 KB손해보험, KB캐피탈 등을 인수합병 및 완전자회사로 삼은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투자에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지원을 한 신한금융지주와 비교된다.
그런데 KEB하나은행이 외환은행 합병에 따른 구조조정과 전산통합을 사실상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실적 성장세를 나타내면서 지주 차원에서 비은행부문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KEB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이후 악화됐던 하나금융지주의 자본여력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그동안 단기적인 인수합병보다는 그룹의 통합멤버십인 ‘하나멤버스’를 중심으로 은행과 카드, 금융투자 등 계열사 사이의 시너지를 확보하거나 계열사별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해 왔는데 이제는 계열사 덩치 키우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힘이 생긴 셈이다.
하나금융지주의 보통주 자본비율은 지난해 말 11.77%였는데 올해 12%대로 올라선 뒤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의 보통주자본비율 흐름을 살펴보면 지난해 상반기 11.35%, 지난해 말 11.77%, 올해 3월 12.41%, 6월 12.59%로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치솟았던 이중레버리지비율도 123.68%로 낮아져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30% 아래로 떨어졌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이란 자회사에 출자한 자금 등을 지주사의 자기자본으로 나눈 비율인데 높을수록 인수합병을 통한 외형확대 및 사업다각화 여력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아직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앞으로 KEB하나은행의 배당금 등을 통해 올해 안에 이중레버리지비율을 더욱 낮출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KEB하나은행은 2016년 사업연도에 6002억 원을 하나금융지주에 배당했는데 배당성향 43.72%로 금융지주 은행계열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하나카드와 하나금융투자 등 주요 비은행 계열사들의 순이익이 각각 1년 전보다 93.6%, 73.8%씩 성장하면서 비은행 계열사들의 내실이 다져진 점도 앞으로 김 회장이 비은행 계열사의 외형확대에 나설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자산건정성 및 수익성 지표 등이 전반적으로 개선되면서 상황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비은행 계열사들의 인수합병 및 유상증자 등과 관련해 논의되거나 계획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