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이 방위사업 비리의혹의 중심에 서면서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검찰의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해외사업을 추진하는 데도 당분간 큰 차질을 빚게 됐다.
◆ 검찰, 한국항공우주산업 전방위적 수사
17일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한국항공우주산업이 헬기와 전투기 등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협력기업과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검찰이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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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 |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박찬호 부장검사)는 한국항공우주산업 인사운영팀의 차장급 간부인 S씨가 200억 원대의 횡령을 저질렀다고 의심하고 있다.
S씨는 인사운영팀에서 2007~2014년에 외부용역계약과 관련한 업무를 담당했다. S씨는 수리온뿐 아니라 경공격기 FA-50 등의 개발을 맡는 외부용역회사를 선정하는 일을 맡았다.
당시 한국항공우주는 수리온과 FA-50 등을 동시에 개발하면서 업무량이 급격하게 늘어나자 사내 정규직 인력만으로는 개발이 어렵다고 보고 외부협력기업에 설계 등 일부 업무를 맡기기로 했다.
검찰에 따르면 S씨는 2007년에 컴퓨터수리업체를 운영하던 처남의 명의로 설계용역기업인 A사를 몰라 차린 뒤 모두 247억 원어치의 용역을 맡긴 것으로 파악됐다. A사는 외부용역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일감을 차지했다.
A사는 직원들의 용역비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으로부터 많은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제대로 파악해야 할 S씨의 묵인 아래 비리가 저질러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A사는 한국항공우주산업으로부터 받은 247억 원 가운데 118억 원가량을 몰래 빼돌렸다. S씨가 A사 측으로부터 차명계좌를 통해 20억여 원을 받은 정황도 검찰이 파악했다. S씨는 현재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수리온 개발사업에서도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정관계 인사에 로비를 시도하는 등 비리의혹이 있다고 보고 14일 사천본사와 서울사무소 등을 압수수색한 뒤 관련증거를 확보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관계자는 “현재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 하성용 낙마 겨냥했나, 수출사업은 차질 불가피
검찰이 한국항공우주산업을 정조준하고 방산비리 수사를 시작한 데 하성용 사장을 직접 겨냥했을 가능성이 떠오른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직원의 횡령의혹이나 수리온 개발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 모두 이미 감사원이 감사를 통해 2015년에 발표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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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항공우주산업 서울사무소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뉴시스> |
한국항공우주산업 내부에서도 감사원이 이미 지적했던 사항들을 마치 새로운 비리가 터진 것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수장을 교체하기 위해 대대적 수사를 벌이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우세하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감사원의 문제지적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이미 다 지적된 내용을 왜 굳이 지금 꺼내나 싶을 정도로 늦은 감이 있다”며 “아무래도 수리온의 문제라기보단 한국항공우주산업의 현 경영진(특히 대표이사)에 대한 정부의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이 각종 개발사업의 비리에 수사를 집중하고 있지만 하 사장에 대한 개인비리 수사도 들여다볼 계획을 세우고 있는 점도 정부가 하 사장의 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지배주주가 정부의 금융정책기관이라 과거에도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사장이 교체됐다. 정해주 전 사장과 김홍경 전 사장도 모두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진사임했다.
하 사장의 임기는 2019년 5월21일까지지만 이를 끝까지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항공우주산업이 해외에 전투기와 헬기 등을 수출하는 데 발목을 잡힐 수도 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수리온 3차 양산사업과 해병대에 납품하는 상륙기동헬기 사업 등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완제기 수출 프로젝트도 정부가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에 따라 수주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17일 한국항공우주산업 주가는 직전 거래일보다 6600원(11.46%) 급락한 5만1천 원에 장을 마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