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가 시멘트업계에서 언제 손을 뗄까?
한앤컴퍼니는 대한시멘트를 시작으로 쌍용양회까지 인수하며 6년 동안 국내 시멘트업계 재편을 주도했지만 사모펀드라는 특성상 언젠가는 시멘트업계에서 손을 털고 나갈 공산이 크다.
한 대표는 쌍용양회를 중심으로 여태껏 시멘트업계에 쏟아부은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시멘트시장의 업황이 당분간 밝지 않아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
◆ 쌍용양회 배당 확대, 한앤컴퍼니 투자금 회수 나서
16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가 특수목적법인인 한앤코시멘트홀딩스유한회사를 통해 지배하고 있는 쌍용양회에서 배당금을 통해 투자금 회수에 나서고 있다.
|
|
|
▲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 |
한앤코시멘트홀딩스는 최근 시간외매매 방식을 통해 쌍용양회 주식을 추가로 616만9380주 매입했다. 최근 보유하고 있던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한 것까지 합하면 한앤코시멘트홀딩스가 보유한 쌍용양회 지분은 보통주 기준으로 77.68%까지 증가했다. 1분기 말보다 지분율이 0.25%포인트 늘었다.
한앤코시멘트홀딩스의 지분확대를 쌍용양회에서 더 많은 배당금을 얻기 위한 조치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쌍용양회는 최근 300억 원 규모의 분기배당을 실시했다. 한앤코시멘트홀딩스가 보유한 지분을 고려하면 한앤컴퍼니가 받게 되는 금액은 231억 원이다.
이번 분기배당의 시가배당률은 보통주 기준 2%다. 사모펀드가 경영하는 회사인 점을 감안할 때 배당률이 높다고 볼 수는 없지만 최근 연속으로 배당을 실시했다는 점에서는 주목할 만하다.
쌍용양회는 올해 4월에 1998년 이후 19년 만에 처음으로 배당을 실시했다. 2000년부터 15년 동안 주인없는 회사로 배당금을 지급할 여력을 갖추지 못했으나 2016년 한앤컴퍼니에 인수되면서 실적이 개선되자 곧바로 배당을 실시했다.
쌍용양회는 배당을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정관도 고쳤다.
쌍용양회는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분기별로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이사회가 재무제표를 승인할 수 있게 안건을 처리했다. 한앤컴퍼니가 쌍용양회를 확고하게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한앤컴퍼니가 배당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정관변경을 통해 확실하게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배당을 확대하기 위한 자산매각도 주력하고 있다.
쌍용양회는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계열사인 쌍용머티리얼과 쌍용에너텍 등을 팔아 1355억 원가량을 확보했다. 9월 말까지 보유하고 있던 자기주식을 처분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는데 이 작업이 끝나면 쌍용양회가 모두 1149억 원을 손에 쥐게 된다. 한앤캠퍼니로서는 투자금을 회수할 기반을 다지고 있는 셈이다.
◆ 쌍용양회 몸값 높이기 작업에 속도
한앤컴퍼니는 당분간 배당확대를 통해 투자금 회수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모펀드의 특성상 궁극적으로는 쌍용양회의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쌍용양회는 최근 자기주식을 처분하기 위한 증권보고서에서 “최대주주가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인 만큼 경영효율성을 끌어올려 이윤을 극대화하려고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쌍용양회의 배당성향이 높아지거나 회사가 매각될 수도 있다”고 설명한 대목도 이런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한앤컴퍼니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쌍용양회를 매력적 매물로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말부터 비핵심계열사와 자산은 매각하는 대신 시멘트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계열사는 쌍용양회와 붙이는 방식으로 쌍용양회의 사업구조를 확 바꾸고 있다.
쌍용양회는 올해 4월 말에 쌍용자원개발과 쌍용해운을 흡수합병해 원료확보와 운반에서 효율성을 높였다. 쌍용자원개발은 시멘트의 원료인 석회석을 채굴하고 공급하는 회사고 쌍용해운은 시멘트운반선 10여 척을 바탕으로 시멘트 운반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회사다.
쌍용양회는 슬래그시멘트 생산에 강점을 갖춘 대한시멘트 지분 100%도 2650억 원에 사들인다. 슬래그시멘트는 철광석을 정제하고 남은 물질인 슬래그를 시멘트와 약 1대 1 비율로 섞어 만든 제품이다. 가격이 일반 시멘트보다 10%가량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쌍용양회는 시멘트시장의 주요제품인 포틀랜드시멘트부문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데 슬래그시멘트시장까지 섭렵할 수 있게 돼 종합시멘트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한앤컴퍼니는 쌍용양회의 인력도 크게 줄였다.
쌍용양회는 1분기 말 기준으로 850명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무려 117명(12.1%)이 회사를 떠났다.
이는 IMF사태 이후 가장 큰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진 것인데 한앤컴퍼니가 인건비 감축을 통해 수익성 극대호를 위한 체질개선을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한상원, 긴 호흡으로 시멘트사업 투자금 회수 추진할 듯
한앤컴퍼니가 현실적으로 쌍용양회를 당장 매각하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앞으로 시멘트시장의 업황이 지금보다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
|
|
▲ 쌍용양회 동해공장 전경. |
시멘트산업은 생산된 제품의 대부분이 건설산업의 원재료로 사용되는 수요구조이기 때문에 건설경기에 민감한 특성을 보인다.
시멘트기업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시멘트 출하량은 건설경기의 선행지표인 건설공사 수주액 및 건축허가면적 등과 높은 상관관계를 지니고 있다.
최근 건설경기의 선행지표 중 하나인 건축허가면적의 증가세가 약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건축허가면적은 2015년 1억8949만㎡를 보였지만 지난해 1억7896만㎡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 1분기에 3859만㎡(연간 1억5천만~1억6천만㎡ 추정)로 줄었다.
문재인 정부가 주택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부동산정책을 규제하는 쪽으로 정책의 가닥을 잡으면서 건설경기가 당분간은 하향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시멘트업계의 판도가 쌍용양회 매각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쌍용양회는 업계의 라이벌인 한일시멘트에 밀려 시멘트업계의 마지막 매물이었던 현대시멘트를 인수하는 데 실패했다.
쌍용양회는 시멘트업계 상위 7개사 가운데 시장점유율 28% 안팎을 차지해 한일시멘트와 7%대 격차를 유지해왔지만 한일시멘트가 현대시멘트를 인수하면서 비슷한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양강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한앤컴퍼니가 쌍용양회의 매각을 추진한다고 해도 시장의 독점적인 1위사업자가 아니라면 시장에서 비싼 몸값을 부르기 어려워진다.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의 과거 발언을 살펴보면 앞으로 한앤컴퍼니가 최소 몇 년가량 더 시멘트시장에서 수익을 내다 투자금 회수를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한상원 대표는 과거 인터뷰에서 한앤컴퍼니의 목표와 관련해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기업을 살리고 가치를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실제로 국내외 사모펀드가 3~4년 안에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과 달리 10년 가까이 투자할 수 있다는 원칙을 세워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앤컴퍼니가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 자금을 모집해 세우는 펀드의 약정기한이 10년 이상으로 잡는 점도 보다 긴 호흡으로 쌍용양회를 운영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을 싣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