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금호타이어 매각을 놓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지연전술에 답답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금호타이어 내부와 정치권에서 금호타이어의 더블스타 매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
◆ 금호타이어 이사회 연기
금호산업은 13일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조건을 결정하는 이사회를 18일에 열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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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산업은행은 애초 13일까지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조건을 확정해 알려줄 것을 요청했으나 금호산업은 뒤로 미뤘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금호산업의 일부 사외이사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일정이 안 맞아 13일 이사회를 열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채권단은 금호산업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동걸 회장은 금호타이어의 더블스타 매각을 9월23일까지 마무리해야 한다. 그때까지 마무리하지 못할 경우 더블스타와 맺은 주식매매계약(SPA)는 계약조건에 따라 자동적으로 파기된다.
금호타이어의 더블스타 매각에 시간이 중요한 변수인 만큼 이 회장은 하루라도 빨리 상표권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박 회장의 지연전술에 답답한 상황에 놓인 셈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금호타이어의 더블스타 매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이 회장에게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호타이어 본사 일반직 직원과 연구원 700여 명은 13일 “내부구성원과 지역정서에 어긋나는 매각을 중단하고 금호타이어 스스로 경쟁력을 회복할 기회를 보장하라”며 더블스타 매각을 반대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12일 광주와 전남 곡성 공장에서 현장관리직과 일반직 직원 750여 명이 더블스타 매각을 반대하는 결의를 다진 데 이어 본사 직원과 연구직까지 힘을 보탠 것이다.
이한섭 금호타이어 사장 등 금호타이어 임원들은 13일 더블스타의 ‘먹튀’ 가능성을 제기하며 “더블스타 매각이 무산되지 않을 경우 전원사퇴하겠다”고 산업은행을 압박했다.
정치권에서는 주로 국민의당이 반대의견을 내던 이전과 달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매각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조정회의 모두발언에서 “금호타이어를 더블스타에 매각할 경우 고용불안, 기술먹튀, 지역경제 악영향 등이 예상된다”며 “단일 해외업체와 매각 협상을 중단할 것을 광주전남 지역민의 이름으로 분명하게 산업은행에 요구한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7일 주주협의회에서 금호타이어의 2016년 경영평가결과를 D등급으로 확정했는데 이와 관련한 논란이 지속되는 점도 이 회장에게 부담일 수 있다.
이 회장은 경영평가결과를 바탕으로 경영권 박탈카드를 꺼내들고 박 회장을 압박하고 있지만 박 회장 측은 채권단이 2016년 경영평가에 2017년 1분기 경영실적을 반영했다며 평가결과의 공정성을 문제삼고 있다.
이개호 의원도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의 경영평가를 하면서 객관적 공시실적이 아닌 외부평가기관을 동원해 억지 정성평가를 했다”며 “이는 최근 불거진 관세청의 면세점 허가 점수조작 사건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산업은행은 평가결과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2016년 경영평가결과가 신뢰성을 잃을 경우 박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할 근거가 약해지는 만큼 이 회장의 박 회장을 향한 압박카드 역시 힘을 잃을 수 있다.
◆ 금호타이어 매각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까
이 회장 입장에서 채권단이 제시한 금호타이어 상표권 조건을 박 회장 측이 받아들이는 것이 최선이다.
박 회장 측이 채권단의 조건을 받아들일 경우 금호타이어 매각은 가장 큰 산을 넘는 만큼 순조롭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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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하지만 박 회장 측이 다시 한번 기존 입장을 지키며 강경한 태도로 나올 경우 문제는 복잡해진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의 정상화를 위해 더블스타로 매각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번 매각이 무산될 경우 금호타이어의 자체회생은 힘들다고 보고 있다.
금호타이어 매각이 무산될 경우 추가적 지원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만큼 채권단은 금호타이어를 부도처리할 가능성이 있다.
이 회장은 이 경우 담보로 잡고 있는 금호홀딩스 지분을 행사해 채권단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박 회장의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을 흔들 수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초반에 대표적 호남기업인 금호타이어를 부도처리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일 수 있다.
더블스타와 매각을 성사하기 위해 주주협의회를 열고 다시 한번 상표권 사용조건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금호타이어 매각문제에 더욱 큰 목소리를 낼 경우 매각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개호 의원은 “지역경제의 파장과 노동자의 고용보장대책을 먼저 마련한 후 매각을 추진해야 한다”며 “새로운 국내업체 인수자 물색과 함께 해외업체의 참여는 국내업체와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하도록 새로운 매각 방법을 제시해줄 것을 산업은행에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7일 주주협의회를 열고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조건으로 더블스타와 박 회장 측의 요구를 절충한 방안을 금호산업에 제안했다.
새로운 제안에 따르면 더블스타는 애초대로 매출액의 0.2%를 사용료로 지불하고 5년 의무사용에 15년 추가사용을 할 수 있다.
대신 채권단은 박 회장 측의 요구를 일정부분 수용해 지난해 금호타이어 매출액에 0.3%를 적용한 비용의 12년6개월치인 847억 원을 금호산업에 일괄 지급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