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미국과 영국에서 각각 그랜저와 제네시스의 판매를 중단한다.
1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미국에서 그랜저(현지명 아제라), 영국에서 제네시스 브랜드 차량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
|
|
▲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국내에서 그랜저 완전변경모델을 선보였다. 새 그랜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국내에서 매달 1만 대 이상의 좋은 판매실적을 냈다.
새 그랜저가 국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현대차가 미국에서도 새 그랜저를 출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랜저는 미국에서 제네시스 브랜드 차량을 제외하면 현대차 가운데 가장 고가의 차량이기 때문에 브랜드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도 클 수밖에 없다.
그랜저는 오랫동안 미국에서 경쟁차종인 쉐보레 임팔라, 토요타 아발론 등에 밀려 기를 펴지 못했다. 6월 그랜저 미국판매량은 241대로 지난해 6월 340대보다 줄었다. 지난해 미국에서 팔린 그랜저는 4942대로 현대차가 미국에서 판매한 차종 가운데 판매량이 가장 적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그랜저 판매를 중단한 이유로 판매부진만 있었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국내판매에 집중하기 위해 미국에서 그랜저 판매를 중단하기로 한 것일 수도 있다. 그랜저는 전량 국내 공장에서 생산돼 미국에 수출됐다.
미국에서 그랜저 판매를 중단하면서 제네시스 브랜드 키우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가장 중요한 해외시장으로 꼽힌다.
현대차는 아직 유럽에서 공식적으로 제네시스 브랜드를 출범하지 않았다. 유럽에서 EQ900과 G80 등을 팔고 있지만 주로 관공서, 해외법인 등에 소량으로 판매하고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 차량인 EQ900과 G80은 올해 상반기 유럽에서 각각 1대, 29대가 팔렸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는 최근 영국에서 제네시스 브랜드 판매를 중단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나 관공서나 해외법인용 차량판매도 중단한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해외에서 순차적으로 제네시스 브랜드를 출범한다는 계획을 세워놨기 때문에 향후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 제네시스 브랜드를 출범해 고급차시장에 재도전할 수도 있다.
유럽 고급차시장은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다른 차급에 비해 유럽 브랜드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게다가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 차량의 디젤엔진 모델을 내놓지 못하면서 유럽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포브스는 “현대차가 BMW 3시리즈의 대항마로 준비하고 있는 G70이 출시되면 유럽 고급차시장에 발을 들여놓을 수도 있다”며 “제네시스 브랜드는 한국, 미국, 중국, 중동에 방점을 두고 있고 현대차는 유럽에서 제네시스 브랜드 없이도 좋은 판매실적을 내고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