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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희 한경희생활과학 대표 |
한경희 한경희생활과학 대표가 여성의 사외이사 진출을 확대하는 활동에 열성을 보이고 있다.
한국여성벤처협회와 한경희생활과학은 14일 여성사외이사회(WCD) 한국지부 창립위원회가 올해 말 발족을 목표로 임원 선임 등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성사외이사회는 미국에 본부를 둔 세계 경제계 여성 리더들의 모임이다. 각 기업들에 여성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경력을 관리해주는 등의 일을 하는 단체다. 셜리 앤 잭슨 IBM 이사와 폴 폴먼 유니레버 회장 등 세계 경제 리더 3500여 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여성사외이사회 한국지부는 국내 여성 기업인들의 네트워크 역할을 하게 된다. 올해 말 출범하면 여성 임원들을 참여시켜 기업의 투명경영과 경쟁력을 높이는 활동에 주력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성사외이사회 한국지부에 한경희 한경희생화과학 대표를 비롯해 이은정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 박현정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 이현주 대원 어드바이저리 대표, 박현주 SC제일은행 전무 등이 참여한다.
한국지부는 창립 이후 기업의 여성임원 할당제 도입과 여성 CEO 육성 등을 제안하기로 했다. 또 국내 여성인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세계 여성 지도자들과 정보교류도 확대하려고 한다.
한 대표는 “우리나라는 여성 대통령을 배출한 나라이면서도 기업 내 여성임원 비율은 여전히 낮은 편”이라며 “여성 인재들이 기업에 더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기업문화를 주도할 수 있는 멤버들을 위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대표는 스팀청소기 아이디어 하나로 창업에 성공해 15년 동안 한경희생활과학을 키워낸 여성 CEO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여성 경영인으로서 살아왔던 만큼 여성친화적 기업문화를 도입하는 데 공을 들였다.
한경희생활과학은 현재 150여 명 직원 가운데 여성직원 비율이 26.2%에 이른다. 특히 주 고객인 여성 소비자의 요구를 가장 빠르게 제품에 반영할 수 있도록 마케팅실의 경우 여성직원의 비율이 53%나 된다.
한 대표가 여성사외이사회 한국지부 설립에 앞장서고 있는 까닭은 그 스스로가 서른 후반 늦은 늦깎이 창업에 나서 고충을 겪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월 중남미 휴양지 벨리즈에서 미국 경제계 여성지도자 160여 명과 이런 경험을 함께 나누기도 했다.
한 대표는 “그들과 대화하며 미국에서도 여성 CEO가 얼마나 힘든지 실감했다”며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 일과 가정을 양립하려는 CEO들에 대한 압박은 어디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한 대표는 국내기업도 여성들이 사외이사에 더 많이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여성 사외이사가 많아지면 기업 투명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며 “특히 공기업은 쿼터로 일정비율 이상의 여성 사외이사를 두게 하는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여성사외이사회 한국지부가 설립되면 여성 사외이사가 제도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입법활동을 벌이려고 한다.
사외이사제도는 1998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됐다. 외환위기 직후 국제통화기금(IMF)이 ‘글로벌 스탠더드’의 하나로 이 제도 도입을 제시한 데 따른 것이다.
제도가 도입되고 15년 가량 지나면서 사외이사제도는 확산됐지만 여성의 사외이사 진출비율은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편이다.
BMW나 지멘스 등 글로벌기업들은 강력한 사외이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은 ‘여성 몫’에 대한 배려도 아끼지 않는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은 물론 성 비율까지 따져 사외이사를 구성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