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야당들 사이에서 사뭇 다른 태도가 나타나고 있다.
문 대통령 장남 문준용씨 취업 특혜 조작건으로 수세에 몰린 국민의당은 강경한 입장을 보인 반면 오히려 보수야당들은 정돈된 목소리로 공세 수위를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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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 |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2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는 통상주무장관도 통상교섭본부장도 인선하지 못해 준비도 부족하고 전열도 정비하지 않은 상태”라며 “비즈니스로 잔뼈가 굵은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덤터기나 쓰지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문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 52명 경제사절단이 7조 원의 투자계획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차 14억 달러, 가전공장 3억 달러, 현대자동차 32억 달러, LG전자 2억5천만 달러 등이다.
이 정책위의장은 “대기업들이 국내 투자로 청년 일자리를 만들지 않고 미국에 일자리를 만들러 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과연 정부가 받을 계산이나 하고 대규모 경제사절단의 거액 투자계획서를 들고 가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언주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도 “7조 원 규모의 선물보따리를 들고 미국에 간다는 얘기에 국민들이 허탈해하고 있다”며 “선물 보따리로 정상회담의 윤활유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우리 국제외교의 현주소”라고 거들었다.
이 원내수석은 “더 큰 선물 보따리를 들고 가야 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한미 외교뿐 아니라 강대국과 외교에서 신중한 언행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바른정당은 대통령을 향한 공세를 펼치기보다 자제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전날 선출된 이혜훈 신임 대표가 협력할 일은 과감히 협력하는 합리적인 대안정당이 되겠다고 밝힌 만큼 달라진 야당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상회담 기간 정치권이 대통령에 직접적 정치공세를 자제하자”고 제안했다.
하 최고위원은 “외교안보는 초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이번 방미와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은 굉장히 어렵고도 힘든 과정으로 대통령이 대한민국과 국민의 미래를 위해 정상회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야당도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경 심사 등으로 정부여당과 갈등의 골이 깊어진 자유한국당 역시 정상회담에는 다소 누그러진 목소리를 냈다. 자유한국당은 26일 원내대표 회동에서 7월 임시국회 개최 등 국회 정상화에 합의하기로 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내일 출국하는 문 대통령이 국내 문제에 대한 부담을 덜고 회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초당적으로 협력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자유한국당은 당대표 선출을 앞두고 있는데 좀처럼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있다. 지나친 정국 발목잡기가 독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
26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14.5%로 0.2%포인트 하락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세인데도 자유한국당은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