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올해 출시하는 아이폰 신제품의 흥행을 예상하며 생산량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스마트폰부품이 애플에 몰리면서 세계적인 공급부족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부품수급에 차질을 빚어 경쟁력을 잃는 사이 삼성전자는 계열사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한 효과로 시장지배력을 높일 기회를 맞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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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쿡 애플 CEO. |
로이터는 21일 “애플이 아이폰8 출시를 앞두고 주요부품 확보에 나서며 글로벌 제조사들이 점점 불안을 느끼고 있다”며 “하반기부터 심각한 수준의 공급부족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증권사 코웬앤컴퍼니는 애플이 하반기에 출시를 앞둔 아이폰 신제품의 올해 판매량이 1억 대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아이폰7 판매량보다 20% 가까이 늘어나는 것이다.
애플도 이런 수요증가를 예상해 아이폰의 생산물량을 기존보다 크게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품 확보에도 예년보다 더 일찍 나서 공급부족현상을 앞당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급부족이 계속되며 가격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점차 올레드패널과 고용량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등으로 이런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로이터는 애플과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부품수급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애플과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을 양분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 고가부품 확보에도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막강한 자금력을 갖춰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를 자체적으로 생산해 탑재하며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 삼성SDI 등 계열사를 통해 안정적 공급기반도 확보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매우 유리한 입장이다.
결국 이런 시장변화에 가장 타격을 받는 곳은 LG전자 또는 화웨이 등 중국 제조사들이다.
LG전자는 최근 “부품공급부족이 이어질 것을 대비해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에 더 주력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며 조직개편에서 기존의 부품구매 조직을 구매그룹으로 재편해 지위를 높였다.
화웨이는 올해 초 프리미엄 스마트폰 ‘P10’에 고성능 낸드플래시를 충분히 공급받지 못해 일부 제품에 성능이 낮은 반도체를 탑재한 사실이 드러난 뒤 거센 비판을 받았다.
로이터는 애플이 하드웨어 경쟁력 강화에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공급부족이 하반기부터 더 심각해질 공산이 크다며 글로벌 제조사들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봤다.
고성능 스마트폰부품의 공급망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한국 부품업체들의 주가와 실적전망치는 이런 시장변화로 몇달째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카메라모듈을 공급하는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메모리반도체를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바일패널을 공급하는 LG디스플레이 주가가 최근 일제히 52주 신고가 행진을 이어왔다.
한국 부품업체들은 애플과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물량도 부족할 정도로 호황기를 누리고 있어 중국 제조사들에는 고성능부품을 거의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자연히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의 경쟁력이 하반기부터 점차 뒤처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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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
오포와 비보, 화웨이 등 중국 제조사들은 2015년부터 고성능 부품을 대거 탑재한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잇따라 출시하는 공격적인 전략으로 판매량과 시장점유율을 단기간에 크게 끌어올렸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애플은 중국업체들에 밀려 스마트폰 최대시장인 중국을 포함한 신흥시장에서 점유율이 크게 떨어지며 고전해왔다.
하지만 중국업체들이 고성능 스마트폰의 물량공세에 이전처럼 공격적으로 나서기 사실상 불가능해지며 삼성전자와 애플이 시장진입을 다시 확대할 기회를 맞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증권사 로젠블라트는 3분기부터 오포와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의 판매량이 기존 예상치를 크게 밑돌 것으로 추정했다. 제품 생산에 차질을 겪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는 애플에 독점공급하는 올레드패널과 메모리반도체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다. 자체 스마트폰의 경쟁력 확보에 욕심을 낼 경우 언제든 아이폰 생산에도 차질을 줄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확보한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