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규제완화 혜택을 받은 점을 들어 박근혜 전 대통령이 SK그룹에게 K스포츠를 추가지원하도록 압박한 정황이 공개됐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재판에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2월 단독으로 면담했을 때 청와대에서 작성한 ‘대통령 말씀자료’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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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이 자료에는 “SK그룹은 그동안 정부의 규제완화 혜택을 많이 받은 기업 중 하나임을 명심해야 할 것임”이라고 적혀 있다. ‘규제완화 혜택’ 부분에는 각주를 달아 SK하이닉스의 이천 반도체 공장 증설과 SK종합화학이 외국회사과 합작사를 설립한 것 등을 사례로 들었다.
SK그룹의 투자확대가 필요하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말씀자료에는 “SK 투자계획이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가경제 회복에 기여하고 그룹 장래를 위해서도 어려운 시기에 더욱 과감한 투자확대가 필요할 것”이라고 적혀 있다.
검찰이 증인으로 출석한 박영춘 SK수펙스추구협의회 CR팀장에게 “‘혜택받은 기업 중 하나임을 명심하라’고 나오는데 SK 측에서 부담을 느끼지 않았느냐”고 묻자 박 팀장은 “깊이 생각해 본 적 없다”고 대답했다.
지난해 2월 박 전 대통령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비공개 단독면담을 한 뒤 SK측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으로부터 “(재단 출연과 관련해) 잘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K스포츠 사업내용 등이 담긴 서류봉투를 전달받았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청와대에서 작성한 말씀자료는 실무진 선에서 작성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대통령 지시로 (혜택받은 기업이라는 내용을)넣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박 팀장은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답변했다.
유 변호사가 독대 때 SK 측에서 만든 자료를 제시하며 “최 회장이 증인이나 다른 임원에게 이러이러한 내용을 말씀자료에 넣으라고 해서 작성한 것인가 아니면 실무자들이 검토하고 판단해서 기재한 것인가”라고 묻자 박 팀장은 “회의에서 그런 내용은 포함되는 게 좋겠다고 해서 만들어진 자료”라고 대답했다.
유 변호사는 “(박 팀장의 말처럼) 청와대 말씀자료도 실무자들이 대통령과 최 회장 독대자리를 위해 이런 현안이나 건의사항이 있다고 만든 자료”라고 주장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