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들이 문재인 정부가 내놓을 부동산정책의 강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목표로 규제카드를 꺼내들 확률이 높아지면서 주택사업에 타격을 받는 것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형건설사들은 주택사업 타격을 만회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할 건설정책에 탈 준비에 부심하고 있다.
◆ 대형건설사,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강도에 긴장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형건설사들은 문재인 정부가 이전 보수정부와는 다른 방향으로 부동산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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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 임병용 GS건설 사장. |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보수정부들이 건설경기를 활성화하는 데 주력했던 것과 달리 부동산시장을 안정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가 계승하고 있는 노무현 정부도 부동산시장을 규제의 대상으로 바라봤던 점을 감안할 때 경제부처 장관의 인선이 마무리되면 곧 규제를 중심축으로 하는 부동산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대형건설사들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해외사업이 거의 정상화되며 이제야 실적반등을 바라볼 수 있게 됐는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으로 새로운 돌파구 마련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하반기부터 공급과잉에 따른 미분양 사태가 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시장의 고삐를 어느 정도로 죌지 예측하기 어려워 주택사업을 어떻게 벌여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형건설사들이 6월 들어 분양물량을 확 늘리고 있는 점도 부동산정책이 확정되기 전에 어떻게든 리스크를 털어내려는 시도로 읽힌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등 주요 대형건설사들은 현재 국내 주택사업과 해외사업에서 각각 전체매출의 35~40%가량씩을 거두고 있다.
현재 해외수주를 늘리는 데 애를 먹고 있는 상황에서 주택사업까지 충격을 받을 경우 앞으로 외형축소가 불가피해진다.
◆ 대형건설사, 새로운 탈출구 마련에 부심
대형건설사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했던 부동산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쪽으로 사업의 무게 추를 옮길 채비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공공임대주택을 매년 17만 가구씩 만들어 임기 안에 8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참여정부 공급량(39만3천 가구)의 2배가 넘는 물량이며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의 공급량과 비교해도 30~40만 가구 이상 많다.
임대주택이 늘어나는 데 발맞춰 임대관리사업을 강화할 경우 수익성 타격을 일정부분 만회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건설업계는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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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건설사들은 임대관리사업 강화 등에 힘을 실을 것으로 관측된다. |
대우건설은 올해 안에 독자적인 임대관리시스템을 갖춘 부동산종합서비스 브랜드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현재 자회사인 ‘푸르지오서비스’를 통해 임대관리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를 더욱 보완해 임대관리사업의 역량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GS건설과 대림산업 등도 각각 ‘이지빌’, ‘대림AMC’와 같은 주택임대관리사업을 하는 자회사에 더욱 많은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약속한 물량만큼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대형건설사의 활용이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며 “이를 염두에 두고 임대관리사업을 키우려는 대형건설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프라사업 확대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띌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사회간접자본(SOC)에 되도록 많은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어 왔다. 하지만 지역균형발전 공약 등을 고려했을 때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와 새로운 고속도로, 내륙철도 건설 등 인프라투자가 확대될 가능성은 열려있는 편이라고 증권가는 바라본다.
문재인 정부는 장기적으로 사회간접자본 관련예산을 줄여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는데 이를 뒤집어 보면 민자사업 방식의 인프라시장 확대를 예상할 수 있다.
대형건설사들은 통상적으로 민자 방식의 인프라 구축사업에서 큰 이윤을 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일감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본다면 주택시장의 위축을 방어하는 데는 효과를 볼 가능성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