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글로벌 프리미엄TV시장에서 점유율 확대에 고전하고 있다. 올레드TV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시장변화에 QLEDTV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만만찮은 것으로 보인다.
LCDTV의 전망이 점점 불투명해지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QLEDTV에서 확실한 승부수를 내놓지 못한다면 장기간 고가TV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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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석 삼성전자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 |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7일 “올해 전 세계 올레드TV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80% 증가한 165만 대로 추정된다”며 “LG전자에 이어 소니가 가세하며 시장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전자는 기존의 LCDTV를 대체할 차세대 제품으로 2013년 올레드TV를 처음 내놓았지만 수년 동안 뚜렷한 판매성과를 보지 못했다. 올레드TV의 생산원가가 높아 제품 라인업이 대부분 55인치 이상의 고가제품에 한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벌시장에서 대형TV의 판매량이 빠르게 늘며 상황이 바뀌었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50인치 이상 TV의 판매비중은 2014년 17%에서 올해 25%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TV가 대형화될수록 가격상승폭도 커져 LCD와 올레드패널의 원가 차이가 제품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줄어든다. 소비자들도 고가 TV를 구매할 때 가격보다 화질 등에 더 민감해져 기술적으로 더 앞선 올레드TV를 선택하기 쉽다.
이런 시장변화에 힘입어 LG전자는 올레드TV 판매를 늘리며 프리미엄시장에서 지배력을 강화했다.
IHS에 따르면 1분기 글로벌 2500달러(약 280만 원) 이상 고가TV시장에서 LG전자는 40.8%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소니가 34.4%로 뒤를 이었고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1%에 그쳤다.
삼성전자는 2015년 고가TV시장에서 57.7%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는데 시장규모가 커지며 새로 발생하는 대부분의 수요를 LG전자의 올레드TV에 빼앗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소니가 4월 출시한 올레드TV도 초반부터 빠르게 흥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와 소니의 올레드TV ‘협공’이 본격화되며 삼성전자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더욱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프리미엄TV시장 점유율은 TV업체의 수익성을 좌우하기 때문에 중요하다”며 “고가TV의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제조사가 수익성 개선에 점점 유리한 입장에 놓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전자는 올레드TV의 흥행효과로 2500달러 이상 고가TV 매출비중을 전체의 10% 정도까지 끌어올렸다. 올해 TV사업에서 영업이익이 이전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부터 올레드TV에 맞서 QLEDTV로 이름붙인 고가 LCDTV 라인업을 대거 내놓았다. 하지만 2500달러 이상 TV가 차지하는 매출비중이 아직 3%에 그치며 별로 성과를 못 보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삼성전자는 공식 뉴스룸을 통해 “1분기에 전체 TV시장에서 QLEDTV의 시장점유율은 2.4%에 이른 반면 올레드TV의 점유율은 0.3%에 그쳤다”며 이런 관측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러나 IHS의 조사결과를 볼 때 삼성전자의 QLEDTV는 2500달러 이상의 고가에 판매할 수 있을 정도로 소비자들에게 가치를 인정받기 올레드TV보다 상대적으로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TV의 기준은 2500달러가 아닌 1200달러 이상으로 보는 것이 적당하다”며 “1200달러 이상 TV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60%에 이르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전자도 TV사업의 수익성을 유지하려면 점점 더 가격이 높은 제품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형 LCDTV의 평균가격이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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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니 올레드TV 신제품(왼쪽)와 삼성전자 QLEDTV. |
IHS에 따르면 2014년 전 세계에서 약 900달러였던 55인치 TV 평균가격은 올해들어 500달러 안팎으로 크게 하락했다. 중국 디스플레이업체들이 대형 LCD패널 생산량을 공격적으로 늘리며 원가가 크게 떨어진 것이 주요한 원인이다.
올레드TV는 LCDTV와 완전히 차별화된 기술로 인정받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QLEDTV는 LCD패널을 개선한 데 그쳐 프리미엄TV로서 가치를 인정받기 상대적으로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결국 삼성전자가 LCDTV의 가격하락 압박을 이겨내려면 2500달러 이상의 고가시장에서 QLEDTV의 경쟁력 확보에 성공해 올레드TV와 견줄 만한 가치를 소비자들에 증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최근 가격이 1100만 원에 이르는 75인치 QLEDTV를 새로 출시한 뒤 향후 80인치대 제품까지 라인업을 넓히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QLEDTV를 점차 고가제품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프리미엄 TV는 판매비중이 5%에 그치지만 영업이익 비중은 40%에 이를 정도로 매우 중요하다”며 “QLEDTV로 충분히 시장에서 선두지위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