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경쟁력의 핵심으로 꼽히는 가상현실 플랫폼 ‘기어VR’과 인공지능 음성서비스 ‘빅스비’에서 구글과 치열한 경쟁관계에 놓이게 됐다.
구글은 17일 미국 캘리포니아 본사에서 매년 개최하는 개발자회의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서 모바일 운영체제 새 버전 ‘안드로이드O’ 버전의 기능 일부가 공개됐다.
▲ 구글의 가상현실플랫폼 '데이드림'. |
구글은 데이드림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같이 전 세계 제조사들이 모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키워내겠다며 자신을 보였다. 하지만 지원하는 스마트폰이 적어 시장확대에 그동안 큰 성과를 보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자체 가상현실 플랫폼 ‘기어VR’을 키워내기 위해 데이드림을 지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결국 협력을 선택하며 맞경쟁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S8 등 스마트폰에서 가상현실기능을 사용하려는 구매자들이 삼성전자의 가상현실기기와 콘텐츠를 구매하는 대신 구글의 플랫폼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 데이드림은 향후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적용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콘텐츠 확보와 기능발전에 삼성전자 기어VR보다 훨씬 유리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는 미국 가상현실기업 오큘러스와 협력해 플랫폼과 콘텐츠를 제공받고 있지만 오큘러스가 다른 업체의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판결을 받은 만큼 계속 협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삼성전자도 기어VR 개발에 오큘러스와 협력했다는 이유로 최근 소송을 당했다.
기어VR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그동안 꾸준히 약점으로 꼽혀왔던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차별화할 수 있는 중요한 무기로 꼽혔다. 이런 효과를 보기 어려워지는 셈이다.
▲ 구글 음성서비스 '구글어시스턴트'(왼쪽)와 삼성전자 '빅스비'. |
삼성전자가 갤럭시S8에 최초적용하는 인공지능 음성인식서비스 ‘빅스비’도 차별화 경쟁력을 인정받기 더 어려워졌다. 구글이 비슷한 서비스 ‘구글어시스턴트’에 올해부터 한국어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한국 사용자들이 갤럭시S8에서 빅스비 대신 구글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되고 LG전자 등 경쟁업체의 스마트폰에도 구글 한국어 음성서비스가 적용되면 빅스비 탑재효과는 빛이 바랠 수 있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경쟁력은 그동안의 경험과 투자규모를 놓고 봤을 때 구글에 크게 밀릴 수밖에 없다.
음성인식서비스의 사용자기반 확보는 향후 사물인터넷과 전장부품 등 신사업 진출에도 핵심요소로 꼽힌다. 사용자들에 기술경쟁력을 인정받지 못할 경우 이런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