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갤럭시S8의 초반 판매량이 업계의 예상치를 소폭 밑돌고 있다.
갤럭시S8의 품질 논란이 계속 발생하고 갤럭시노트8 또는 애플의 아이폰 신제품을 기다리는 대기수요도 흥행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돼 삼성전자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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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
1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갤럭시S8과 갤럭시S8플러스는 지난달 21일 한국과 미국, 28일 유럽 등 주요국가에서 판매를 시작한 뒤 현재까지 세계에서 500만 대 이상 개통됐다.
삼성전자가 세계 도매상에 넘긴 갤럭시S8의 출하량은 약 1천만 대 정도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출시 초반의 특성상 출하량과 실제 개통량 사이의 차이가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발생한 대기수요를 고려하면 갤럭시S8의 판매속도가 지난해 갤럭시S7의 초반 흥행과 비교할 때 시장의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갤럭시S7시리즈는 출시 뒤 한 달만에 출하량 1천만 대 정도를 기록했다. 실제 개통량은 첫 3주동안 550만 대 정도로 추정된다.
갤럭시S8은 지난해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발생한 대기수요를 흡수해 초반부터 더 빠른 속도로 흥행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예약판매 성적도 역대 최고를 기록하며 이런 관측에 힘을 실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8의 품질검증 강화로 출시일을 지난해보다 약 5주 정도 늦추고 아직 중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서 판매를 시작하지 않으면서 실제 판매속도가 다소 느려진 것으로 보인다.
주요시장에서 경쟁작인 LG전자 G6 등이 먼저 판매를 시작한 데다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기간 사이 공백이 길어지며 일부 사용자들이 아이폰7 등 다른 업체의 제품을 구매했을 공산도 크다.
하반기 출시되는 스마트폰 신제품과 판매간격이 짧아진 것도 이유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듀얼카메라를 최초로 탑재해 출시하는 갤럭시노트8을 기다리는 대기수요가 벌써부터 발생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결함을 수정한 리퍼비시 제품을 6~7월에 50만 원 정도의 낮은 가격으로 판매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소비자들이 갤럭시S8 구매를 망설이는 이유로 자리잡고 있다.
대만 KGI증권은 애플이 대규모 변화를 예고한 올해 아이폰 신제품의 출시를 기다리는 소비자가 많아 갤럭시S8의 흥행에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삼성전자가 이런 약점을 극복하고 갤럭시S8의 장기흥행에 성공해 스마트폰사업의 완전한 반등을 이뤄내려면 소프트웨어 개선을 통한 기능발전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8의 핵심기능으로 꼽히는 음성서비스 ‘빅스비’를 아직 한국어밖에 지원하지 않고 있다. 5월 말 영어를 시작으로 중국어와 스페인어 등 언어를 추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갤럭시S8의 흥행을 앞당기려면 이런 기능 업데이트를 서둘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언론들이 빅스비의 언어 지원이 늦어지는 것을 가장 큰 약점으로 꼽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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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8과 음성인식기능 '빅스비'. |
또 음성인식서비스 개발에 애플과 구글 등 경쟁업체보다 후발주자로 나선 만큼 정확성을 높이고 활용범위를 넓힐 수 있는 기술발전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결함 논란을 해결할 수 있는 업데이트도 필요하다. 갤럭시S8이 ‘붉은 화면’과 와이파이 오류 논란에 이어 음향과 무선충전기능 문제로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갤럭시S8 소비자들이 일부 제품에서 화면이 붉게 보이거나 특정한 경우 와이파이 오류 메시지가 발생하는 결함 의혹을 제기하자 삼성전자는 발빠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일부 제품에서 음향이 완전히 정지되거나 무선충전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문제에 대해 “일부 제품의 설정문제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하며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삼성전자 갤럭시S8의 디자인과 성능은 완벽하지만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여전히 고질적 문제들이 보이고 있다”며 “하반기 출시되는 아이폰 등 신제품에 맞서 장기흥행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