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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그 맥밀런 월마트 CEO |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금융업에 뛰어들었다. 온라인 쇼핑몰의 공세로 매장방문 고객수가 줄어들자 금융서비스를 강화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월마트가 미국에서 쇼핑객들을 상대로 한 모바일 체킹계좌 ‘고뱅크(GoBank)’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29일 해외 주요 언론들이 보도했다.
월마트는 이를 위해 선불카드업체인 미국 그린닷코프와 제휴를 맺었다. 그랏닷코프는 월마트에서 판매되는 선불카드를 주수입으로 삼아온 소형은행이다. 월마트도 이 은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체킹계좌란 수시입출금식 계좌와 유사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입출금 통장에도 약간의 이자가 붙지만 미국의 체킹계좌는 이자를 전혀 주지 않는다.
일정 정도의 예금잔고를 유지해야 하며 약간의 수수료도 내야 한다. 미국에서 대부분의 금전거래는 체킹계좌를 통해 이뤄진다.
월마트는 체킹계좌를 출시하면서 소매할인점 강자답게 계좌 수수료를 낮게 책정했다. 500달러 이상의 예금 잔고를 유지하면 계좌 수수료를 아예 받지 않는다.
500달러 이하인 경우에도 한 달에 8.95달러의 수수료를 책정해 일반은행보다 계좌 유지비용을 크게 낮췄다. 일반은행의 수수료는 건당 35 달러 정도로 이보다 훨씬 비싸게 받고 있다.
가입조건을 까다롭지 않게 한 점도 월마트가 내세우는 강점이다. 18세 이상 성인이면 누구나 가입이 가능하다. 신용도를 꼼꼼히 따져 계좌를 개설해 주는 일반 은행들에 비해 문턱을 확 낮춘 것이다.
월마트는 늦어도 10월 말까지 미국내 4300개 매장에서 체킹계좌 상품을 내놓기로 했다. 또 올해 안에 이 서비스를 모바일 기기 및 마스터 카드와 연계하기로 했다.
미국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월마트의 금융업 진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월마트가 일반적 은행들과 달리 ‘저비용 고효율’를 강점으로 내세워 금융업계 판도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대니얼 에커트 월마트 수석 부회장은 “월마트 고객들은 매일 금전을 관리할 쉬운 방법을 요구해 왔다”며 “은행들이 수수료를 너무 높게 받는 데 대해 불만스러워 했다”고 밝혔다.
월마트가 이처럼 금융업에 뛰어든 가장 큰 이유는 매장을 찾는 고객이 눈에 띄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월마트는 7분기 연속 방문고객이 감소했는데 이는 온라인 쇼핑몰의 성장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는 전통적 유통강자인 월마트에 잠재적 위협으로 떠올랐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지난 19일 뉴욕증시 상장식에서 ‘우리는 세계로 간다’고 선언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알리바바가 보인 지금의 성장세만으로 내년에 월마트를 제치고 상품거래 최대기업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월마트는 고객수가 줄어드는만큼 매출도 떨어질 것으로 보여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월마트는 지난해 말 해외시장 진출에 실패한 데다 미국에서 실적이 둔화되면서 60대의 마이크 듀크에서 40대의 더그 맥밀런 현 CEO로 세대교체 승부수를 띄웠다.
월마트는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 뱅킹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은행에서 직접 방문처리할 일 또한 여전히 많을 것으로 본다. 은행업무를 취급하고 수수료를 낮춰준 만큼 월마트에서 쇼핑객들의 씀씀이 또한 늘 것이란 계산이다.
월마트은 이전에도 금융업 진출을 시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2005년 7월 은행업 면허를 신청했으나 기존은행들의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