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자리를 비운 지난 4년 동안 CJ그룹이 받는 평가에는 명암이 뚜렷하다.
총수 부재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이 회장의 오랜 공백이 오히려 전문경영인체제를 안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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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현 CJ그룹 회장. |
8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현 회장은 5월 중순 그룹행사 참여를 통해 4년여 만에 경영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주요기업 총수 가운데 가장 긴 공백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년7개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년4개월 만에 경영에 복귀했다.
이 회장은 CJ그룹이 1993년 삼성그룹에서 독립했을 때부터 구속된 2013년까지 20년 동안 CJ그룹을 거의 혼자 이끌었다. 이 때문에 CJ그룹이 사상 초유의 오너부재사태를 맞아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그룹 안팎에서 나왔다.
그러나 CJ그룹은 이 회장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전문경영인체제가 확실히 자리잡았다는 평가도 듣고 있다.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 등 CJ그룹의 주력계열사는 이 회장이 없는 동안에도 꾸준한 실적을 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CJ제일제당 매출은 20%, 영업이익은 31% 늘었다. 같은 기간 CJ대한통운도 매출은 25%, 영업이익은 27% 증가했다. 두 회사는 지난해 나란히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둔 데 이어 올해에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외부인재를 영입한 데 이어 확실한 권한을 부여하면서 앞으로 있을 수도 있는 오너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는 체력을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현 회장에게 지나치게 집중됐던 권한이 분산됐다는 것이다.
대표적 인물이 이채욱 CJ 부회장, 김철하 CJ제일제당 부회장 등이다. CJ그룹에서 오너 일가를 제외한 부회장은 단 2명인데 모두 외부 출신이다. 지금은 회사를 떠났지만 2014년 말 영입됐던 양승석 전 CJ대한통운 부회장도 부회장으로 영입됐다.
이채욱 부회장은 CJ그룹에 오기 전 4년4개월 동안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지나며 인천국제공항의 황금기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부회장은 2013년 초 글로벌 경험을 인정받아 CJ대한통운 대표로 영입됐으나 이재현 회장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같은해 10월 지주사 CJ의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 회장이 구속된 직후 출범한 CJ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 ‘5인 경영위원회’의 일원으로 들어가 그룹 전체경영을 챙겼다.
김철하 부회장은 CJ제일제당의 라이벌인 대상그룹 출신이다. 부사장으로 영입돼 지난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CJ그룹의 역사가 짧은 편이라 내부인재만으로는 이 회장의 공백을 메우기에 무게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몇몇 인물들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이재현 회장의 빈자리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며 “오히려 외부출신들이 경영능력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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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채욱 CJ 부회장. |
사장단 인사가 제때 이뤄지지 못하면서 계열사를 이끄는 전문경영인들이 단기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철하 부회장과 김성수 CJE&M 대표는 2011년부터, 서정 CJCGV 대표는 2012년부터 대표이사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그러나 이 회장의 부재로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CJ그룹은 최근까지 여러 건의 인수합병을 추진했지만 승률이 높지 않다. 2015년 물류회사를 중심으로 8건의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성공사례는 저조하다.
CJ그룹은 2012년에 2조9천억 원을 투자예산으로 편성했는데 2013년에는 2조5600억 원으로 투자규모가 줄었고 2014년부터는 투자규모가 2조 원을 넘지 않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