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종 한섬 사장이 최근 인수한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을 한섬의 새로운 ‘날개’로 만드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은 실적이 좋지 않아 브랜드 정비의 성공에 따라 한섬에게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 김형종, SK네트웍스 패션부문 브랜드 재구축
5일 업계에 따르면 김 사장은 최근 인수를 마무리한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의 브랜드 정비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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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종 한섬 사장. |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계열사인 한섬은 지난 2월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을 3천억 원에 인수했다. 한섬은 자회사 한섬글로벌과 현대지엔에프를 통해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의 12개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김 사장은 여성복을 위주로 브랜드 재정비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여성복 캐주얼 브랜드를 담당하고 있는 이명진 캐주얼사업부장을 한섬글로벌 여성복담당 크리에이티브디렉터(CD)로 임명해 SK네트웍스 패션부문 여성복 브랜드의 재정비를 맡겼다.
한섬이 ‘타임’ ‘시스템’ 등 여성복 브랜드에서 성공하며 쌓은 노하우로 일단 SK네트웍스 패션부문 여성복 브랜드 ‘오브제’와 ‘오즈세컨’ 등에 변화를 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브제와 오즈세컨은 중국 매장이 100개가 넘는데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송하연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성복분야는 한섬이 가장 잘하는 분야”라며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의 브랜드 방향을 잘 정립해 소비자 적중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사장이 의류브랜드 경쟁력을 높이는데 일가견이 있다는 점도 기대되는 요인이다.
그는 현대백화점그룹이 한섬을 인수하면서 2012년 한섬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투입됐는데 ‘노세일, 고급화’ 전략으로 타임과 시스템 등 고급브랜드의 입지를 확고히 하는데 주력했다.
김 사장의 전략은 적중해 패션업계의 계속되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한섬의 매출은 2013년 4626억 원에서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며 2016년 매출 7120억 원을 달성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 사장이 한섬의 성공 방정식을 SK네트웍스 패션부문에 그대로 대입할 것”이라며 “수익성이 악화한 브랜드는 과감히 정리하고 경쟁력있는 브랜드를 위주로 사업을 재편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SK네트웍스 패션부문 한섬에 ‘약’ 될까
김 사장은 SK네트웍스 패션부문 인수로 한섬이 새 성장동력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이번 인수를 통해 연간 1조3천 억 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규모면에서 국내 4위 규모의 패션 선도기업으로 올라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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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섬의 대표 고급브랜드 '타임'의 매장. |
한섬과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의 매출은 2016년 기준으로 단순 합산해도 1조 원이 넘는다. 이랜드, 삼성물산 패션부문, LF와 더불어 국내 패션업계 ‘빅4’에 들어가게 된다.
김 사장은 한섬과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이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한섬이 주로 고가의 자체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은 해외 브랜드와 중저가에 걸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은 앞으로 현대백화점 유통망을 적극 활용할 수도 있다.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이 중국에서 매출 600억∼700억 원을 올릴 정도로 중국에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는 점도 한섬에게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한섬은 국내를 위주로 사업을 운영하다 올해 1월 처음 중국 항저우지역 백화점에 매장을 열면서 중국진출을 시작했다.
그러나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이 실적이 좋지 않아 한섬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은 영업이익이 2011년 이후 계속 하락세에 있고 영업이익률은 1%에도 못 미친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은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 영업손실 40억 원을 냈을 것으로 추정했다.
게다가 한섬도 최근 경기침체가 계속되며 고가브랜드의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어 더 이상 두 자릿수 성장이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
이화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섬의 탁월한 브랜딩 능력을 활용하더라도 노후화한 SK네트웍스 패션부문 브랜드들의 경쟁력을 키우는데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한섬도 현대백화점그룹에 인수된 뒤 2년 동안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