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문화계의 좌편향을 바로잡으라고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열린 김 전 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의 10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준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김 전 실장 주재의 수석비서관 회의 때마다 ‘나라가 많이 좌편향 돼 있다’는 언급이 있었다”며 “문화예술계 일부 단체에서 만든 영화 또는 연극에서 대통령을 조롱하고 정부를 비방하는 내용 등이 나온 것을 개탄하며 바로 잡아야 한다는 논의가 많았다”고 진술했다.

  "박근혜는 문화계 좌편향 자주 말하고 김기춘이 조치 지시"  
▲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이날 박 전 수석이 청와대에서 근무하면서 2013년 8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작성한 업무수첩을 공개했다. 수첩에는 박 전 수석이 대통령 주재 회의와 김 전 실장 주재 회의에서 나온 지시 등을 자필로 기록한 내용이 담겼다.

수첩에는 ‘종북 세력 문화계 15년간 장악’, ‘정권 초 사정 서둘러야’, ‘비정상의 정상화’ 등의 글귀가 적혀있다.

박 전 수석은 이를 두고 “김 전 실장 지시사항을 메모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수첩에는 ‘좌편향 문화예술계 문제’, ‘국정지표 문화융성’, ‘문화계 권력 되찾아야’라는 글귀도 포함됐다.

특검이 이를 놓고 “박 전 대통령이 좌편향 문화예술계 등이라고 언급한 게 맞나”고 묻자 박 전 수석은 “기록에 보면 그렇게 나와 있다”고 대답했다.

‘반정부·반국가 단체 지원 점검’, ‘전수조사’ 등 문화계 좌편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지시사항도 수첩에 기록됐다.

특검이 “김 전 실장이 좌파·종북 단체를 언급하며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조치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는가”라고 묻자 박 전 수석은 “네”라고 대답했다.

박 전 수석은 다만 당시 정부 보조금 배제 전담팀 운영과 관련해서는 “김 전 실장의 지시 때문인지 신동철전 비서관의 건의 때문인지 기억이 명확하지 않다”고 진술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