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가 외국계 모기업을 둔 점을 제외하고 노사관계부터 경영실적까지 전혀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다.
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회사들이 5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임금협상에 들아가는데 시작도 하기 전에 한국GM과 르노삼성차의 상황이 완전히 딴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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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제임스 한국GM 사장. |
한국GM 노조는 회사에 기본급 15만4883원을 인상하고 통상임금의 50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하기로 했다. 한국GM이 지난해에도 적자를 낸 상황에서 노조가 과도한 임금과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경하게 나오고 있다.
한국GM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내면서 누적 영업손실액이 1조2741억 원까지 늘었다. 적자가 누적되면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본잠식률은 94.7%까지 치솟았다.
반면 르노삼성차는 올해도 무파업 임금협상 타결을 기대하고 있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지난해까지 2년 연속 무파업으로 임금협상을 마무리했다.
한국GM과 달리 르노삼성차는 실적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매출 6조2484억 원, 영업이익 4175억 원을 냈다. 2015년과 비교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4.5%, 28% 늘면서 수익성도 개선했다.
한국GM과 르노삼성차가 서로 다른 수출입전략을 선택하면서 명암이 엇갈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GM이 주로 크고 비싼 차를 수입하고 작고 저렴한 차를 수출하면서 수익성 악화를 겪은 반면 르노삼성차는 그 반대다.
한국GM은 국내공장에서 생산한 경차 소형세단 아베오, 소형SUV 트랙스 등 소형차를 중심으로 수출하고 있는 반면 미국에서 생산한 대형세단 임팔라, 스포츠세단 카마로SS를 비롯해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볼트와 전기차 볼트도 수입해 팔기 시작했다.
반면 르노삼성차는 2013년 처음으로 소형SUV QM3를 수입해 팔았고 올해 소형차 클리오,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를 수입판매하기로 했다. 주력 수출차량은 중형SUV 닛산로그와 QM6이다.
한국GM과 르노삼성차 모두 내수보다 수출의 비중이 높은데 모기업 경영전략에 따라 한국GM은 수출물량이 줄어든 반면 르노삼성차는 수출물량이 늘어났다.
한국GM은 2013년 말 GM 본사가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하면서 수출물량이 급감했다. 한국GM의 수출물량은 2013년만 해도 63만 대였지만 2014년 48만 대로 줄어든 뒤 지난해 42만 대로 떨어졌다.
GM 본사가 최근 유럽사업을 아예 매각하면서 한국GM 수출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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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동훈 르노삼성자동차 사장. |
반면 르노삼성차는 2008년 본사와 공동으로 개발한 QM5를 국내에서 생산해 중국 등 해외에 수출하면서 생산과 연구개발능력을 인정받았고 그 뒤로 수출하는 차종과 물량을 확대하는 한편 연구개발능력도 강화할 수 있었다.
르노삼성차는 2014년부터 북미 수출용 닛산로그를 위탁생산하고 있는 데 본사는 같은 차종을 생산하는 일본공장보다 한국공장의 생산능력을 높게 평가해 애초에 계약했던 것보다 더 많은 물량을 르노삼성차에 맡겼다.
르노삼성차는 본사의 지원 아래 개발과정을 상당부분 도맡은 SM6과 QM6을 지난해 성공적으로 출시한 데 이어 올해부터 QM6을 해외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본사가 르노삼성차의 역략을 인정해 지난해 그룹의 프리미엄 SUV의 개발을 맡기기로 결정하면서 르노삼성차가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모기업을 둔 국내 완성차회사들이 무늬만 한국차라는 지적을 받기도 하지만 르노삼성차가 본사의 인정을 받으면서 개발과 생산능력을 키워나가는 점은 고무적”이라며 “반면 한국GM은 생산기지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거나 끊임없이 철수설이 나돌면서 노사관계도 악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