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다른 정당후보와 단일화하지 않겠다는 ‘자강론’을 고수하고 있다.
보수정당과 손잡을 경우 호남과 진보성향의 지지층이 대거 떠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 바른정당이 안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방식이 최선의 단일화라고 기대하는 분위기도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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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4일 광주시 전남대학교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
박지원 국민의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바른정당에서 후보단일화를 공식적으로 제안하더라도 논의하지 않겠다”며 “우리는 우리의 정체성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바른정당은 24일 의원총회를 열어 국민의당-자유한국당-바른정당의 대선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는 데 뜻을 모았는데 국민의당은 사실상 거부한 셈이다.
안 후보는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세 정당의 후보단일화 논의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다.
그러나 안 후보는 ‘정치인의 인위적 연대를 거부한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단일화를 섣불리 추진하면 보수층의 지지를 얻는 것보다 훨씬 많은 표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안 후보가 보수정당과 손잡으면 국민의당의 지지기반인 호남 유권자들은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당 지역구 의원 26명 가운데 23명이 전라도에서 뽑혔고 당원의 55%도 호남 출신이다.
안 후보가 안보정책을 강조하는 등 ‘우클릭’을 하자 호남권의 지지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안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 가운데 중도진보 성향의 유권자도 상당수 섞여있는데 이들도 국민의당-자유한국당-바른정당이 후보단일화를 할 경우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 관계자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박근혜 정부의 핵심인사들이 주축인 만큼 후보를 단일화할 경우 안 후보에게 오히려 손해가 될 것”이라며 “안 후보가 단일화 구도에서 강자이지만 실제로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사실상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학규 국민정당 상임선대위원장은 25일 YTN라디오에서 “바른정당과 후보를 단일화하는 문제의 결론을 바로 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심각하게 같이 고민해야 한다”며 여지를 남겼다.
국민의당 일각에서 유승민 후보가 사퇴한 뒤 바른정당 의원들이 안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상황을 내심 바라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호남과 진보성향 유권자들의 이탈을 최소화하면서 보수층의 지지도 일부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장병완 국민의당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이 23일 기자들에게 개인의견임을 전제로 “유 후보가 사퇴한다면 후보단일화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