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삼성그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뒤 삼성의 최순실씨 지원와 관련해 이 부회장에게 책임이 없다는 주장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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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19일부터 3일 연속으로 이 부회장과 전 삼성그룹 임원의 공판을 진행한다.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 박근혜 게이트 주요 관련자들의 재판절차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며 삼성그룹 재판도 속도가 붙고 있다.
특검법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기소된 지 3개월 뒤인 5월 말까지는 법원의 최종선고가 나와야 한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경영승계에 도움을 받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거래했다는 논리를, 삼성그룹 측은 박 전 대통령의 강요로 자금을 지원했다며 대가성이 없었다는 주장을 앞세워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공판준비기일에서 특검의 시각이 편향적이고 박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지 않아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대부분 혐의의 경우 근거가 불확실하다며 공소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삼았다.
또 미르와 K스포츠, 영재센터 등의 지원과정에서 삼성그룹이 최씨의 존재와 박 전 대통령과 관계를 알지 못했고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에서도 청탁이 오간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이 3월31일 구속된 뒤 조사가 본격화되자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삼성그룹이 최씨의 요구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피해자 입장이었다는 논리를 적극적으로 펼치기 시작했다.
또 이 부회장이 지원과 관련된 내용을 사전에 보고받지 않았고 대부분의 결정도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 부회장의 주도로 이뤄졌다고 방어선을 치고 있다.
7일 열린 첫 공판에서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정유라씨 승마훈련 지원은 실무진이 알아서 한 일이고 이 부회장은 이를 박근혜 게이트가 불거진 뒤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최 전 부회장은 특검조사에서도 “삼성그룹 경영 전반은 내가 책임졌고 이 부회장은 의견을 내는 정도”라며 “문제가 생겨도 내가 책임지겠다는 생각으로 이 부회장에 자세한 내용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특검은 변호인단과 최 전 부회장의 이런 주장이 모든 책임을 끌어안으며 총수일가를 보호하기 위한 전형적인 ‘총대메기’라고 공세를 벌이고 있다.
2008년 삼성 특검 당시 삼성그룹의 ‘2인자’로 불리던 이학수 전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비자금 등 혐의에 관련한 대부분의 책임을 안고 실형을 선고받았다.
최 전 부회장도 이번 재판에서 이학수 전 부회장처럼 총수일가의 방패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하며 승마협회 지원을 요구받은 뒤 긴급회의를 소집할 정도로 상황을 잘 몰랐다”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오너일가가 큰 이득을 본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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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 부회장. |
이 부회장 측은 향후 이어지는 공판에서도 이 부회장의 혐의를 벗겨내기 위해 최 전 부회장이 지원을 결정했다는 주장과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강요를 받은 것이라는 주장을 적극적으로 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의 공판도 각각 17일, 19일로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만큼 공판내용에 따른 방어논리 구축에도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주사 전환과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도 이 부회장의 구속 등 영향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재판부의 마음을 얻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최근 이 부회장이 이탈리아 자동차기업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지주사 엑소르 사외이사에서 물러나자 삼성그룹이 글로벌 경영활동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돌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